그가 첫사랑 그녀에게로 떠난 집에서 나는 시아버지를 모시고 아이들 함께 살았다.
시아버지는 아이들에겐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주셨고, 나에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셨다.
하지만 혼자된 며느리와 아빠 없이 자라는 손자들을 보는 게 꽤나 고통스러우셨던 모양이었다.
어느 날,
"이제 OO동 집에 가서 살아라."
아버님은 분가를 명하셨다.
"아버지, 저희 그냥 여기 있고 싶은데요."
"아니야, 이제 너희끼리 살아."
"그래도 아버지..."
"내 말 들어!"
화를 모르던 시아버지의 고함에 나는 말을 멈췄다.
나는 무서웠다.
칠순이 넘은 노부를 홀로 두고 떠나는 것도,
갑자기 쫓겨나는 것 같은 이 상황도,
젖을 뗀 순간부터 당신의 좌우에 품고 키우셨던 아이들을 밀어내는 당신의 마음도,
이 몹쓸 상황을 만든 죄인인 것도.
모든 게 다 두렵고 무서웠다.
하지만 시아버지는 단호했다.
냉정하게 고개를 저으며 거듭 분가를 명령하셨다.
결국 이사하는 날,
이삿짐 트럭을 먼저 출발시키고 차에 오르기 전 시아버지를 돌아봤다.
아들들은 할아버지를 향해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시아버지는 손을 흔들면서 어서 가라며 재촉하는 손짓을 했다.
"아버지, 갈게요."
차에 올라 시동을 켜고 가속페달을 밟다 백미러를 보았다.
서글프게 서 있는 구부정한 백발의 노인이 있었다.
10분 전보다 10년은 늙어버린 듯한 시아버지가 거칠어진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나는 조용히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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