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혼

by리릭

그에겐 강렬한 첫사랑이 있었다.


범인(凡人)들이 받아들이기에 너무 파격적인 여자였다.

행색도 행실도 내키는 대로였던 여자는 젊은 남자의 호기심과 욕구를 자극하기에 치명적일 적도로 강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슬립차림으로 헐벗은 여자가 집 앞에 나타났다.


무일푼으로 택시를 타고 수원에서 서울까지 온 여자를 본 시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택시비를 지불하고 헐벗은 행색을 가릴 수 있게 숙박업소에 방을 잡아줬다.

그리고 여자와 남편을 앉혀놓고 둘 사이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 단호히 말씀하셨다.


이후 남편과 여자는 헤어졌다.

시아버지의 반대와 파격적인 여자의 행보에 지친 남편의 반항이 섞인 이별이었다.

자의보다 타의가 강하게 발동한 이별이었다.


남편과 헤어진 여자는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여자의 결혼으로 남편은 마침내 여자를 놓을 결심을 했다.


...................................


남편은 23살 어린 나이에 발그레한 볼로 고백하는 나를 쉽게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나에게 조건을 걸었다.


대들지 마라.

말대꾸하지 마라.

내가 화났을 때 같이 화내지 마라.


나는 그가 내건 조건이 부당하단 생각조차 못했다.

사랑에 빠진 어린 나는 그가 원한다면 어떤 것이든 다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착각에 심각하게 빠져있었다.


그렇게 연애를 시작했고 사랑(?)을 했다.


대학로 노점에서 산 싸구려 은반지로 프러포즈를 하며 그는 단호히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결혼 후 다른 사람은 없어. 너밖에 없을 거야. 나를 믿어.”


나는 그를 절대적으로 믿었다.


............................................


그가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는 것은 그의 행동을 통해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상대가 첫사랑 그 여자인 것은 철저히 그냥 떠오른 나의 육감이었다.

그 어떤 단서도, 증거도 없었는데 뇌리를 강하게 스치며 그 여자가 떠올랐고 한 치의 의심도 없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모른 척하는 꽤 긴 세월을 견뎠다.


그러던 어느 설 연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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