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모든 감정은 소중하다

작업을 통해 보는 아이들의 마음

작업을 하다보면 자기표현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주관적인 감정 상태나 생각을 물었을 때 심한 압박감을 느끼거나, 눈물을 글썽일 정도로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많다. 지적 수준의 차이로 보기 어려운 것은 객관적인 답(예를 들면, 산수와 같은)을 요구하는 질문에는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감정이나 마음에 대한 질문에는 머뭇거리며 말을 꺼리기 때문이다.


"비밀이에요."


아이들은 종종 '비밀'이라는 말로 자신의 의견과 감정을 숨긴다. 어쩌면 이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을 때 충분히 수용받지 못했던 경험들, 혹은 상처가 되었던 반응들이 아이들의 입을 닫게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른들은 종종 "싫어요", "미워요", "짜증나요"와 같은 불편한 감정들을 막아서기도 한다.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야."

"예쁘게 말해야지."

"나쁜 말 하면 안 돼."


물론 상대를 공격하는 표현은 조절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감정 자체를 금지하게 되면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배우지 못한다. 감정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드러난다. 발로 차거나, 물건을 던지거나, 갑작스럽게 소리를 지르는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말로 표현되지 못한 감정이 행동으로 흘러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감정을 잘 다뤄줄 필요가 있다. 어떤 감정은 좋은 것이고 어떤 감정은 나쁜 것이라고 구분하기보다, 우선은 그 감정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내가 지금 무엇 때문에 불편한지를 알고, 자신의 감정을 수용하며 인식하기 시작하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힘도 조금씩 생겨난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게 될 때 비로소 조절 또한 가능해지는 것이다.


건강한 소통은 감정을 없애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고, 또 그 감정이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경험 속에서 이루어진다.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으려면 먼저 "그럴 수 있지"라고 받아들여주는 어른이 필요하다. 어쩌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쳐야 하는 것은 감정을 참는 방법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믿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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