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낭만의 시대를 바라보며

다소곳한 시선에서 시작되는 이해

IMG_3972.HEIC부산 뮤지엄원, 이창진 작가 작품

부산 뮤지엄원 전시를 다녀왔다. 가장 인상 깊은 작품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이창진 작가의 작품으로, 주변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일상적 오브제를 활용해 만들어졌다. 작가의 작품은 몸과 머리를 숙여 '다소곳한 자세'를 유지해야만, 페트병 안에 들어간 물이 완벽한 수평을 이루는 온전한 형태로 볼 수 있었다. 작가는 이를 통해 특별한 의미 없던 일상의 재료가 가치 있는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그와 동시에 이러한 과정을 통해 관람객들이 자신의 삶 속에 존재하는 가치 있는 것들에 대한 판단을 재고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수평적 시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누군가와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몸을 낮춰 눈을 맞추는 것부터가 기본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이는 물론이고, 심지어 동물조차도 시선을 낮춘 채 다가가야 공격성을 보이지 않는다.


모든 삶이 내 시선과 같지 않으며, 내 생각과 동일하지도 않다. 특히 사람에게는 '이성'이라는 것이 존재하기에 더욱 다르다. 같은 환경에서 같은 교육을 받는다면 가치관과 신념이 닮아갈 수는 있겠지만, 그 안에서도 분명 차이는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차이를 어떠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할까?


작가가 만든 작품을 대하듯 하는 것이 좋다. 상대를 이해하고 싶다면, '다소곳한 자세'로 시선을 맞춰 세상을 바라보려는 노력을 해보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다소곳한 자세'는 '저자세'와는 다르다. 그렇게 시선을 맞춰가다 보면 상대를 이해하게 된다. 설령 다소곳한 자세로 타인을 이해하려 했을 때 상대방이 우월감을 느낀다면, 그 사람과는 일정 거리만 유지하면 된다.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작품 속 물이 완벽한 수평을 이루기 위해 우리의 자세를 요구했듯, 관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조금 낮아질 때 비로소 온전하게 보이는 것들. 그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는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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