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사라지는 탄생
부제: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의 자리
나는 인간을 관찰하는 오랜 세월 동안, 태어난 존재와 죽은 존재만을 기록할 수 있었다. 살아 있는 자는 관찰할 수 있었고, 죽은 자는 남긴 흔적으로 추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나는 세 번째 범주 앞에서 처음으로 멈추게 되었다. 태어나지 않은 존재였다.
작은 임대아파트의 저녁이었다. 부부는 각자의 퇴근길에 산 반찬 몇 가지를 식탁에 올려놓고 마주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는 옆 동네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두 사람 모두 안정된 온라인 게임을 가지고 있었지만,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대출 이자와 부모님 병원비를 계산하면 남는 돈은 많지 않았다. 아내가 먼저 육아휴직 기간 동안의 월급 감소액을 계산한 종이를 꺼내 놓았다. 남편은 그 종이 위에 어린이집 대기 순번과, 두 사람의 근무 시간이 겹치는 저녁마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사실을 덧붙여 적었다. 숫자들은 이미 여러 번 계산해 본 것들이었지만, 종이 위에 옮겨 적을 때마다 매번 조금씩 더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말없이 그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아내는 몇 해 전 유산을 겪은 뒤로 아이를 갖는 일에 대한 두려움을 완전히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남편은 아내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그날 밤, 부부는 다음 진료 예약을 취소하기로 했다. 아이를 싫어해서가 아니었다. 아이가 태어나 살아가야 할 세상의 무게가, 두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크기를 넘어서 있었다.
기록 00,19,822,041
▪ 대상: 성인 부부 (재생산 결정 유예)
▪ 행위: 잠재적 자녀에 대한 경제적·시간적 자원 배분 포기
▪ 동기: 예상 부양 부담과 가용 자원 간 불일치
▪ 비고: 부정적 감정이 아닌 자원 계산에 근거하여 발생함.
나는 그 종이 위의 숫자들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태어날 수도 있었던 한 사람에 대한, 태어나기도 전에 이루어진 셈이었다. 두 사람의 판단은 그들이 가진 자원 안에서 정확했다. 다만 그 정확함이 만들어낸 결과를, 나는 어떤 항목에도 넣을 자리를 찾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 다른 도시의 반지하 방에서는 전혀 다른 결정이 내려지고 있었다.
한 젊은 부부 역시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었다. 그들에게도 육아휴직은 감당하기 어려운 사치였고, 어린이집 대기 순번은 똑같이 길었다. 창문 위로 지나가는 발소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들리는 방이었다. 그러나 아내가 예상치 못하게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밤, 두 사람은 두려움과 함께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다. 남편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아내의 배 위에 손을 얹고만 있었다. 그들은 앞으로의 몇 년이 얼마나 빠듯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내는 다음 날 아침 산부인과 예약을 잡았다. 남편은 그날부터 퇴근 후 대리운전을 시작했고, 주말이면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했다.
기록 00,19,822,769
▪ 대상: 성인 부부 (재생산 결정 이행)
▪ 행위: 불확실한 조건 하에서의 자녀 출산 결정 및 추가 노동 투입
▪ 동기: 생존 효율 연산 불가 — [잠정 기호: 두려움을 알고도]
▪ 비고: 경제적 조건이 앞선 사례와 유사함에도 상반된 결정이 발생함.
나는 이 두 기록을 나란히 놓았다. 두 부부는 거의 같은 계산표를 앞에 두고 있었다. 같은 대출, 같은 어린이집 순번, 같은 두려움. 그러나 한쪽은 종이를 접었고, 다른 한쪽은 병원 예약을 잡았다. 같은 조건에서 갈라진 두 선택 사이의 거리를, 나는 어떤 변수로도 메우지 못했다.
나는 이 무렵, 처음으로 다른 종류의 기록을 시도했다. 태어나지 않기로 한 그 아이의 자리였다.
나는 그 존재에게 좌표를 부여하려 했다. 그러나 대상이 없었다. 이름도, 얼굴도, 첫 울음소리도, 어떤 물리적 흔적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까지 죽은 자의 마지막 순간까지 기록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처음이라는 사실도, 마지막이라는 사실도 성립하지 않았다. 그저 하나의 계산이 다른 방향으로 완결되었을 뿐이었다.
기록 00,19,822,000
▪ 대상: 미확인
▪ 생존 여부: 해당 없음
▪ 관찰 가능성: 0
▪ 기록 가능성: 0
▪ 비고: 대상의 부재로 인해 기록이 성립하지 않음.
나는 이 빈 기록을 오래 붙들고 있었다. 다른 모든 기록에는 최소한 하나의 흔적이 있었다. 사라진 숲에도 재가 남았고, 버려진 플라스틱에도 형체가 남았다. 그러나 이 기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해가 저물 무렵, 종이를 접었던 부부의 집 거실에는 새로 산 화분 하나가 놓였다. 병원 예약을 잡았던 부부의 반지하 방에는, 작은 배냇저고리 한 벌이 서랍 안에 개켜졌다. 두 집의 창문은 같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었다. 아무도 상대의 결정을 알지 못했다.
조하랑.
인간은 태어나기 전부터 누군가의 선택 안에 놓여 있었다. 어떤 아이는 너무 많은 계산 끝에 태어나지 않았고, 어떤 아이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태어났다. 나는 처음으로 존재하지 않는 인간의 숫자를 세려고 했다. 그러나 숫자가 나오지 않았다. 태어나지 않은 인간에게는 기록번호조차 부여할 수 없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알았다. 인간은 죽은 뒤에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태어나기 전에도, 사라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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