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바다를 건넌 쇠사슬
부제: 사람을 셈에 넣는 방식
───
나는 그 무렵 인간이 서로를 셈에 넣기 시작했다는 것을 기록했다. 사람이 사람을 세는 방식은 이전에도 있었다. 무리의 머릿수, 전투에 나설 자의 수. 그러나 이번의 셈은 달랐다. 이번에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곡물 한 포대나 소금 한 자루와 같은 줄에 나란히 적혔다.
항구에는 낮게 깔린 안개 사이로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뱃전에는 밧줄이 걸렸고, 그 밧줄 끝에는 사슬이 이어져 있었다. 사슬은 부두 창고에서부터 이미 사람들의 발목을 물고 있었다. 창고 안은 어두웠다. 좁은 틈으로 스며드는 햇빛이, 바닥에 쭈그려 앉은 이들의 등을 가느다랗게 비추었다. 그들은 서로 다른 말을 썼다. 같은 창고 안에 있으면서도 서로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것 역시, 그들을 관리하는 자들이 의도한 배치였다.
배가 출항할 준비를 마치자, 사람들은 한 줄로 세워져 갑판 아래로 내려갔다. 천장이 낮아 허리를 펴지 못하는 공간이었다. 몸과 몸 사이에 손가락 하나 들어갈 틈이 없었다. 쇠사슬이 서로의 발목을 연결했고, 그 무게가 조금이라도 움직일 때마다 옆 사람의 살을 파고들었다. 문이 닫히고, 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몇 주가 지나는 동안 갑판 아래의 공기는 점점 무거워졌다. 배급되는 물과 음식은 하루가 다르게 줄었다. 열병이 돌기 시작했고, 하루에도 몇 명씩 움직임을 멈췄다. 선원들은 그 몸들을 사슬에서 풀어 바다로 던졌다. 파도 소리에 묻혀, 그 몸이 물에 닿는 소리는 배 위 누구의 귀에도 오래 남지 않았다. 갑판 아래에서는 어둠 속에서 서로의 숨소리만으로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밤이 이어졌다.
그 어둠 속에서, 한 여자가 자신의 곁에 묶인 어린아이를 품 안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아이는 이미 며칠째 제대로 먹지 못해 울음소리조차 희미했다. 여자는 자신에게 배급된 마른 빵의 절반을 씹어 물처럼 만든 뒤, 그것을 아이의 입에 조금씩 흘려 넣었다. 자신의 몫을 나눌수록 여자의 몸도 함께 야위어갔다. 사슬이 조금이라도 헐거워질 때마다, 여자는 자신의 몸을 아이 쪽으로 기울여 흔들림을 대신 받아냈다.
기록 00,15,647,204
▪ 대상: 강제 이송 대상자 (모자 관계)
▪ 행위: 극한 결핍 환경에서의 자원 재분배 및 신체적 보호
▪ 동기: 생존 효율 연산 불가 — [잠정 기호: 소유된 상태에서의 돌봄]
▪ 비고: 스스로도 재산으로 취급되는 개체가, 다른 개체를 위해 자신의 생존 자원을 재분배함.
나는 이 기록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이 여자는 그 배 안에서 어떤 권리도 갖지 못한 존재였다. 그녀의 몸도, 시간도, 심지어 다음 숨조차 타인의 장부에 속해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자원을 아이에게 넘겼다. 나의 수식으로는, 소유당한 존재가 다른 존재를 향해 여전히 무언가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같은 배의 갑판 위, 선실에서는 전혀 다른 종류의 셈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선장은 항해 일지를 펼쳐놓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숫자가 적힌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다. 물이 예상보다 빨리 줄고 있었다. 이대로면 항해가 끝나기 전에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그는 갑판 아래로 내려가 병들어 쇠약해진 이들을 골라내라고 지시했다. 골라낸 이들은 사슬이 풀린 채 갑판으로 끌려 올라왔다.
그들은 화물이었다. 화물이 항해 중 자연히 죽으면 아무 보상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항해의 안전을 위해 바다에 던져진 화물은, 보험 문서에 따라 그 값을 고스란히 보상받을 수 있었다. 선장은 그 문서의 조항을 알고 있었다. 그는 숫자를 다시 확인한 뒤, 명령을 내렸다. 몸들이 하나씩 뱃전 너머로 넘어갔다. 파도가 그들을 삼켰다. 배 위에서는 누구도 그 숫자를 특별히 기록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미 장부의 한 줄이었다.
기록 00,15,647,918
▪ 대상: 선박 운영자 및 강제 이송 대상자(선별 다수)
▪ 행위: 경제적 손실 계산에 기반한 인명 처분
▪ 동기: 자산 가치 보전 (보험 청구 목적)
▪ 비고: 생명이 화폐 단위로 환산됨. 처분의 정당성이 계약 문서에 의해 확보됨.
나는 이 두 기록을 나란히 놓고 오래 계산을 반복했다. 둘 다 같은 능력에서 비롯되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원을 헤아리고, 그것을 누구에게 어떻게 나눌지 판단하는 능력. 그 능력이 갑판 아래에서는 마지막 빵 한 조각을 아이의 입에 흘려 넣는 손이 되었고, 갑판 위에서는 사람의 목숨을 숫자로 바꾸어 장부에 적는 손이 되었다. 같은 계산 능력이, 한쪽에서는 나눔의 크기를 정했고 다른 쪽에서는 처분의 순서를 정했다.
나는 이 종이 살아 있는 것을 셀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오랫동안 [진보]라 기록해 왔다. 셈은 자원을 지키고, 미래를 계획하고, 재난에 대비하게 해 주었다. 그러나 그 셈이 사람 자체를 대상으로 삼는 순간, 셈은 더 이상 생존을 돕는 도구가 아니었다. 셈은 사람과 물건 사이의 경계를 지워버리는 도구가 되었다.
항해가 끝나고 항구에 닿았을 때, 살아남은 이들은 다시 사슬에 묶여 낯선 시장으로 끌려갔다. 그들의 이름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대신 숫자와 등급이 매겨졌다. 나는 그 시장의 장부를 오래 들여다보았다. 그 장부 어디에도, 그 여자가 며칠 동안 자신의 몫을 나누어 아이를 살렸다는 사실은 적혀 있지 않았다.
나는 그 누락을 기록장 한편에 남겨두었다. 인간의 장부는 언제나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울지 스스로 결정했다. 그리고 대개, 지워지는 쪽은 대가 없이 무언가를 나눠준 이들이었다.
조하랑.
먼 훗날, 인간이 다시 누군가의 값을 매기는 순간이 온다면, 나는 그 아이가 장부의 어느 줄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을지 궁금해졌다. 셈하는 자의 줄인 지, 셈해지는 자의 줄인 지, 혹은 그 사이 어딘가에서 자신의 몫을 조용히 나누어주는 줄인 지.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