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을 보내는 중이다.
이즈음 되면 누구나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네~” 하면서 달력을 넘겨보곤 한다. 이제 세 장이 채 남지 않았고, 남은 날짜를 짚어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올해도 한 것도 없이 또 이렇게 지나가나 싶어 허탈해지기도 한다. 그러다 남은 시간 동안만이라도 잘 보내보겠노라 다짐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얼마 전 친구와 가벼운 가을 소풍을 다녀왔다. 우리는 오래 걸었다.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구가 내게 물었다.
"올해 가장 잘한 건 뭐야~?"
돌이켜보니 나는 올해 여러 변화가 있었고 나름 알차게 채운 한 해가 될 것 같다. 올해 가장 잘한 게 뭐냐는 친구의 질문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아들과의 여행이었다.
군 복무를 마친 아들이 4개월간의 여행을 떠나면서, 그 시작을 함께했던 시간이었다. 자신의 항해를 위해 닻을 올리는 그 벅찬 순간을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축복이었고, 아들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그 여정의 시작을 함께할 수 있어서 기뻤다.
여행지 곳곳도 아름다웠지만, 나는 그곳에 서 있는 아들이 더 아름다워 자꾸만 아들을 좇았고, 아들의 뒷모습을, 옆모습을 여행지의 풍경보다 더 많이 담았다. 아들은 여행 내내 나를 돌아봤다. 엄마의 짐을 들어주고, 엄마의 걸음에 맞춰 걷고, 낯선 언어와 도시 속에서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 주었다.
요즘 저축의 개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젊어서 매달 조금씩 부었던 연금이 지금 나에게 용돈이 되고 장학금이 되듯이, 이 시간들이 오롯이 쌓여서 아들이 조금 헛헛한 날에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조금씩 쌓아둔 연금처럼 아들의 마음속에 보물처럼 남겨지기를... 물론 나를 위한 저축이기도 하다.^^
그리고 올 2월, 온라인카지노를 시작했다. 온라인카지노를 시작하면서 거창한 기대나 꿈이 있었던 건 아니다. 다만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쓰겠다'는 소박한 약속이다.
처음에는 뭘 써야 할지 막연했지만, 쓰다 보니 다음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그렇게 한 편 한 편 엮어졌다. 매주 한 편의 글을 쓰면서 내가 어느 지점에서 아파하는지, 아직도 용서하지 못한 부분이 어디인지, 정말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깊이 알게 되었다.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억지로 끌어안고 고민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었다.
나의 결핍된 유년 시절이 내 삶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배고팠고 깨진 항아리 같았다. 유일한 보호자였던 할머니를 여의고 스스로 나를 돌보며 살았던 내 가난한 유년 시절은 내 잘못이 아님에도, 그 시절이 나를 작게 만들었다.
글을 쓰다가 그 지점에 이르게 되면 가벼운 포장지를 둘렀다. 들키고 싶지 않았다. 혼자인 채 지나왔던 시간들은 생각보다 꽤 깊은 상흔을 남겼다. 그 상흔을 들여다보는 내가 있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쓰면서 만나는 '나'다. 글을 쓰는 여정 동안 나는 그 민낯을 자주 만난다. 이것이 바로 온라인카지노의 선순환이라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글쓰기의 가장 큰 수혜자는 결국 쓰는 사람 본인 자신이기에, 그것이 글쓰기가 주는 가장 큰 혜택일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처음 시작할 때의 약속처럼 일주일에 한 편씩은 글을 이어갈 생각이다. 내 글 역시 가난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여정을 계속 가볼 생각이다. 방패 아래 숨겨진 그 민낯을 더 자주 마주해 볼 것이다. 그리고 그 민낯을 가만히 보듬어 주려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요즘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다. 인스타를 하면서 알게 된 건 내가 사진 찍는 걸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나의 휴대폰은 어쩌면 카메라의 기능을 가장 많이 쓰고 있는 중이라고 할 정도다.^^
인스타를 하기 전에는 막연한 선입견 같은 게 있었다. 자극적이고, 도파민을 추구하고, 자신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공간이거나 혹은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하는 도구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곳에는 진짜 재능꾼들이 많았다. 온라인카지노에서 유려한 작가님의 글을 보며 놀라듯, 여기서는 또 다른 재능꾼들의 감각에 감탄하게 된다. 온라인카지노가 글을 통해 나를 표현하는 공간이라면, 이곳은 사진과 영상과 음악과 글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공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곳이 하면 할수록 좋아졌다.
이 가을이 눈부셔서 매일 밖으로 나갔다. 나뭇잎에 햇살이 스며드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고, 조용히 물들어가는 단풍을 찍었다. 일을 하다가도 점심시간이면 산으로 들어갔고, 저녁이면 노을을 담으러 나갔다. 다시 오지 않을 계절을 지나는 사람처럼 가을 한복판을 누비고 돌아다녔다. 그렇게 담아 온 사진들을 보며 사진을 고르고, 빛을 살피고, 서로 다른 풍경을 하나로 엮으면서 가을을 또 한 번 즐겼다.
그러면서 20대에 필름 카메라를 메고 골목을 걷던 내가 보였다.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만드는 걸 내가 참 많이 좋아한다는 걸 다시 알았다. 의무감으로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게 되는 것, 깊이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하고 있는 것, 바로 산바카라하고 사진을 찍는 행위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이젠 그걸 좀 더 잘해보고 싶다는 다정한 욕심이 생긴다. 휴대폰으로 찍는 사진이 가볍고 편리하기는 하지만, 내 안의 그 열망을 다 채워주지 못함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카메라를 사러 간다. 20대의 내가 30년을 넘어서, 50대 한복판을 지나는 지금, 온전히 만져지는 열망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