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연재를 시작하며
길을 걷다 발끝 아래에서 가만히 멈춰 섰다.
빈틈 하나 없을 것 같던 단단한 시멘트 바닥, 그 좁고 메마른 틈 사이로 작은 초록이 올라와 있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씨앗 하나가 자리를 잡고, 마침내 하얗고 여린 꽃들을 무수히 피워낸 풍경.
눈이 마주치자 나는 그 자리에서 한참으로 서성였다
앞만 보고 걷다 보면 숨 쉴 곳 하나 없는 것 같지만,
가만히 시선을 낮추면 하루 속에도 저마다의 작은 틈들이 숨어 있다.
밥을 챙겨 먹는 순간,
바카라장을 넘기다 마음에 머무는 한 줄,
숨이 차오르도록 달리는 새벽과
길가의 사소한 풍경에 카메라를 들이미는 찰나.
그 사소한 틈들이 모여 메마른 마음에 싹을 틔우고, 저마다의 작은 꽃을 피워내는 것 아닐까.
작가노트
‘나의 계절 산바카라’ 연재를 매듭짓고 난 뒤, 다시 연재 글을 열기까지 생각이 많았다.
온라인카지노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다 보면 내가 한없이 작아지곤 한다. 유려한 문장으로 마음을 울리는 작가님들의 필력에 감탄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글에서는 많은 것을 배운다. 그에 비하면 내 글은 지극히 평범하고 투박하며, 전문적이지도 않다.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을 내 사소한 일기 같은 글을 굳이 계속 써야 할까?’
이 질문을 한동안 품고 다녔다.
젊어서는 이 나이쯤 되면 꽤 근사한 인생을 살고 있을 줄 알았다.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하기 싫은 건 하지 않고,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으며 제법 여유롭게 살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일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쓰지도 못한다. 하기 싫은 일을 하고 타인의 눈치도 본다. 거기에 젊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아픈 몸’이라는 변수까지 생겼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내 삶이 참 작아 보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있다. 일이 주는 안정과 밥 한 끼의 고마움을 알고, 불완전한 하루라도 내 나름대로 시간을 꾸려갈 줄 안다. 하기 싫어도 꼭 필요한 일이라면 해내는 바카라임감이 있고,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법도 조금은 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순간들을 알아보는 능력만큼은 제법 탁월해졌다.
효율과 가성비를 따지며 살아온 내가 요즘은 이상하게도 무용한 것들에 자꾸 마음을 빼앗긴다. 햇살에 반짝이는 풀잎, 이름 모를 꽃 한 송이, 바카라 속의 문장 하나. 굳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는 것들 앞에서 자꾸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쓴다.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쓰기 시작한 뒤 나는 전보다 조금 단단해졌다. 잘 써서가 아니라, 내 하루를 들여다보고 그것을 문장으로 옮기는 동안 마음의 근육 같은 것이 조금씩 생겼다.
그렇다면 그것만으로도 쓰는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나의 계절 산바카라’을 지나 다시 쓴다.
거창하지 않아도, 대단한 하루가 아니어도 좋다. 빽빽한 일상 속 숨어 있는 작은 틈들을 찾아 가만히 온기를 채워 넣으려 한다. 그저 멍하니 읽으며 편안히 쉬어갈 수 있는 이야기를 천천히 이어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