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각을 믿으며 살 필요는 없으니까
“어떤 외부의 일 때문에 괴롭다면, 그것을 괴롭게 만드는 것은 그 일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살다 보면 유난히 마음에 걸리는 말이 있다.
별것 아닌 말이었다고 생각하려고 해도 자꾸 떠오른다.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나한테 서운한 게 있었던 걸까.
혹시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닐까.
그렇게 한마디의 말은 집에 돌아와서도 끝나지 않는다.
씻을 때도 생각나고, 잠들기 전에도 생각난다.
처음 들었을 때보다 몇 시간이 지난 뒤의 마음이 더 아프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상대가 내게 건넨 말은 몇 초 만에 끝났는데, 나는 그 말을 붙잡고 몇 시간씩 마음을 아파하고 있으니.
어쩌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그 사람이 한 말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 말 뒤에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무심하게 한마디를 한다.
“요즘 왜 그래?”
그 말을 듣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뭘 잘못했나?’
‘나한테 불만이 있나?’
‘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나?’
상대는 이미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나는 혼자 그 말속에 남아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상대가 하지 않은 말까지 마음속에서 들린다.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사람은 말을 듣는 순간, 말만 듣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이 살아온 시간만큼의 기억을 가져와 듣고, 지나간 상처를 가져와 듣고, 두려움을 가져와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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