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야의 종 앞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by다움 김종훈 daoom kim jong hun

사람이 너무 많았다.

숨이 막힐 만큼, 발을 떼기 어려울 만큼.

진주성 안, 제야의 종을 기다리는 밤은 축제라기보다

인산인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안전 문제를 차분히 말하기조차 어려운 분위기였다.

누군가 “위험하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 말이 축제의 기운을 깨는 것처럼 여겨질까 봐

모두가 잠시 침묵했다.

그러나 침묵은 늘 최선이 아니다.

해마다 같은 방식의 행사가 반복된다.

불꽃은 하늘을 가르지만,

땅 위의 질서는 매번 시험대에 오른다.

정치인들은 불꽃놀이 한복판에서 이동하여 떡국을 나눈다.

새마을 봉사대가 다 만들어 놓은 떡국을 시민들에게 퍼준다.

단상에 올랐던 저명인사들은

시민의 긴 줄 사이로 중간에 끼어든다는 말을 듣는다.

시민들은 찬바람 속에서 떡국을 먹고,

저명인사들은 따뜻한 텐트 안에서 그릇을 비운다.


이 장면들이 과연

우리가 꿈꾸는 ‘진주다움’일까?


나 역시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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