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능적으로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익숙한 언어, 익숙한 질서, 익숙한 관계, 익숙한 정의. 왜냐하면 익숙함은 인간에게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슬롯는 세상을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정리하려 한다.
선과 악,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옳음과 틀림. 이런 구분은 인간을 편안하게 만든다. 복잡한 세계를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어느 한 편만 들면 소속감도, 안정감도 생긴다. 많은 향원(鄕愿)이나 강사, 기술자, 교수, 유뷰버들이 이 길을 택한다. 팬덤을 만들기도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상가는 바로 그 익숙함을 흔드는 존재다. 그들은 인간이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에 질문을 던진다.
“정말 그것이 선인가.”
“정말 그것이 정상인가.”
“정말 인간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인가.”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익숙했던 세계는 갑자기 낯설어지기 시작한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시민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했다. 사람들은 정의를 안다고 믿었지만, 그는 오히려 “당신은 정말 정의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를 물었다.
공자(孔子)는 무너지는 시대 속에서 인간 관계와 질서를 다시 질문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기존 귀족 질서만을 답습하지 않았다. 혈통보다 배움을 강조했고, 신분보다 인간의 수양 가능성을 보았다. 노자(老子)는 더 극단적이었다. 인간이 만들고 있던 질서와 욕망의 세계를 뒤집으며, 오히려 무위(無爲)와 비움 속에서 새로운 존재 방식을 보려 했다.
니체는 더 위험한 질문을 던졌다. “신은 죽었다.”라는 말은 단순한 종교 부정이 아니었다. 인간이 수천 년 동안 절대라 믿어온 가치 체계가 더 이상 이전처럼 작동하지 않는다는 선언이었다.
사람들은 이런 사상가들을 불편해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인간에게 새로운 답을 주기 전에, 먼저 기존 세계를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역시 마찬가지다. 데미안은 싱클레어를 위로하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싱클레어가 믿고 있던 밝은 세계를 흔든다.
카인은 정말 악인이었는가.
왜 인간은 선과 악을 그렇게 단순하게 나누는가.
왜 너는 지금의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는가.
이 질문들은 싱클레어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바로 그 불안 속에서 그는 이전과 다른 존재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즉 사상가는 인간을 편안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너무 익숙해져 보지 못하던 세계를 다시 낯설게 만든다.
흥미로운 것은 문명 역시 이런 낯설어짐을 통해 발전한다는 점이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익숙함을 코페르니쿠스가 흔들었고,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는 익숙함을 프로이트가 흔들었으며, 절대적 진리가 존재한다는 익숙함을 포스트모더니즘이 흔들었다. 즉 문명의 진화는 대부분 “익숙함의 붕괴”에서 시작되었다.
AI 시대는 이 문제를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앞으로 AI는 인간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훨씬 빠르게 정리하고 설명할 것이다. 평균적 답변과 안정된 설명은 AI가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인간 사상가의 역할은 무엇이 될까. 아마도 기존 세계를 다시 낯설게 만드는 역할에 가까워질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익숙함 속에서는 거의 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익숙한 세계는 안정감을 주지만, 동시에 질문을 멈추게 만든다.
반면 낯설어지는 순간 인간은 다시 생각하기 시작한다.
내가 믿어온 것은 정말 절대적인가.
내가 살고 있는 방식은 정말 본질적인가.
나는 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가.
바로 그 순간, 사유가 시작된다.
진짜 사상가는 세상을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계를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그리고 인간은 그 불편한 질문 속에서, 비로소 이전과는 다른 존재로 태어나기 시작한다. 종이바카라의 발명 이후 AI로 2천 년 만의 파괴적 정보문명의 혁신을 맞는 지금, 흔히 교육이 변해야 하고, 슬롯가치가 변해야하고, 노동이나 인지감수성에 대한 관점이 변해야 미래의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다는 말들을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슬롯에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2천년간 익숙해왔던 세계를 다시 낯설게 만들어 시대를 이끌어줄 사상가가 아닐까.
박항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펫누림슬롯적 협동조합 이사장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기술거래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벤처캐피탈리스트/창업 액셀러레이터
공)저서. 더마켓 TheMarket / 스타트업 패러독스 / 크립토경제의 미래 / 좌충우돌 청년창업 /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 CEO의 인생서재 / 이노비즈 CEO독서클럽 선정도서 21選 (슬롯관 편) (세계관 편) / Web3.0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