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이 놓치고 있는 것
AI의 등장은 혁명이라는 단어조차 부족한 사건이다. 종이바카라의 발명 이후 약 2천 년 동안 유지되어 온 정보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수천 년에 걸쳐 축적한 지식이 단 몇 년 만에 하나의 거대한 지식망으로 통합되었고, 이제는 단순한 검색을 넘어 추론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개인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손안에 갖게 된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AI 열풍 속에서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AI 에이전트가 업무를 자동화하고, 로봇이 노동을 대체하며, Ax(AI Transformation)가 산업 전반을 재편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그 변화의 속도는 예측조차 어려울 정도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가장 중요한 전제를 놓치고 있다.
바로 데이터이다.
AI는 데이터를 먹고 성장하는 존재이다. 추론 역시 학습 데이터가 있어야 가능하다. 아무리 뛰어난 AI 모델이라도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면 지능은 작동하지 않는다. 피지컬 AI를 탑재한 로봇 역시 마찬가지이다. 제조 현장, 물류 창고, 병원, 매장 등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예외 상황과 변수에 대한 학습 데이터가 없다면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될 수 없다. 결국 Ax의 출발점은 AI 도입이 아니라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데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의료 분야이다. CT와 MRI 기술의 발전으로 의료 데이터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현재의 의료 AI는 여전히 의사를 보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CT 영상을 분석하는 AI의 성능은 뛰어나지만 최종 진단은 의사가 수행한다. 이것은 엄밀히 말하면 진정한 Ax라고 보기 어렵다.
진정한 의료 Ax란 AI가 먼저 진단을 수행하고 의사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구조이거나, 최소한 의사의 진단과 AI의 판단이 다를 경우 의사가 반드시 재검토하는 구조가 정착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영상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다.
AI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정보 그 자체가 아니라 맥락이다. 현재 상태를 보여주는 횡단면 데이터뿐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시계열 데이터가 함께 축적되어야 한다. 환자의 오늘 상태만이 아니라 지난달과 지난해의 변화 과정까지 연결되어야 비로소 예측이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다크데이터이다. 다크데이터란 기업이 보유하고 있지만 분석되지 못하고 방치된 데이터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저장 비용과 분석 역량의 한계로 인해 이러한 데이터가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았다. 활용되지 못하는 데이터는 사실상 쓰레기 데이터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AI 시대는 상황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과거에는 의미를 찾지 못했던 시계열 데이터와 행동 데이터, 로그 데이터, 상담 데이터, 센서 데이터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시작하였다. 인간이 발견하지 못했던 패턴을 AI가 찾아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 다크데이터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AI를 도입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데이터 구조를 점검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다크데이터가 생성되는 환경이 구축되어 있는지, 이를 수집하고 정제할 수 있는 체계가 있는지, 기업만의 sLLM(Small Language Model)을 구축할 다량의 데이터가 존재하는지, 분석 결과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디지털 트윈과 운영 플랫폼이 준비되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많은 기업이 AI 솔루션을 도입했다는 이유만으로 Ax를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샘솟는 데이터가 없는 AI는 시간이 지나도 성장하지 않는다. 경쟁사가 동일한 솔루션을 도입하는 순간 차별성은 사라진다. 진짜 경쟁력은 AI 모델이 아니라 데이터 축적 구조에서 나온다.
미래의 기업 가치는 AI를 얼마나 많이 보유했는가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생성하고, 이를 학습시키고, 다시 새로운 데이터 생산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 AI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정작 데이터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AI는 엔진일 뿐이다. 연료가 없으면 자동차가 움직일 수 없듯이 데이터가 없는 AI는 지능이 아니라 착시에 불과하다.
자발적이고, 자동화된 풍부한 다크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고, 이를 화이트데이터로 전환할 수 있는 도구와 구조가 없다면 그것은 진정한 Ax가 될 수 없다. 단지 ERP를 조금 더 똑똑하게 만든 것에 불과하다. 기업이 가장 먼저 투자해야 할 대상은 AI가 아니라 '데이터'이며, AI는 그 위에서 비로소 가치를 만들어내는 증폭기인 것이다.
박항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펫누림슬롯적 협동조합 이사장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기술거래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벤처캐피탈리스트/창업 액셀러레이터
공) 저서. 더마켓 TheMarket / 스타트업 패러독스 / 크립토경제의 미래 / 좌충우돌 청년창업 /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 CEO의 인생서재 / 이노비즈 CEO독서클럽 선정도서 21選 (슬롯관 편) (세계관 편) / Web3.0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