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양자컴퓨터는 정말 모든 계산을 빠르게 할까?

byDan Lee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슈퍼컴퓨터도 필요 없어질 것입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양자컴퓨터가 일반 컴퓨터의 업그레이드 버전처럼 느껴집니다. 지금의 노트북이나 서버보다 훨씬 빠른, 모든 작업을 대신해 줄 새로운 기계처럼요.

그런데 양자컴퓨터는 그런 기계가 아닙니다. 양자컴퓨터는 일반 컴퓨터를 대체하기보다, 일부 특별한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풀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계산 방식입니다.


컴퓨터는 왜 빨라야 할까

우리가 매일 쓰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놀라울 만큼 빠릅니다. 문서를 쓰고, 영상을 보고, 검색하고, 게임을 하는 데는 충분합니다.

그런데 컴퓨터가 어려워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문제입니다.


수많은 원자와 분자가 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정확히 계산하기

수천 개의 조건이 얽힌 최적의 조합 찾기

매우 큰 수를 특별한 방식으로 분해하기


이런 문제는 단순히 계산량이 많아서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아무리 빠른 일반 컴퓨터로도 현실적인 시간 안에 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양자컴퓨터는 다른 방식으로 계산합니다.

일반 컴퓨터는 정보를 비트로 다룹니다. 비트는 0 또는 1입니다. 전등 스위치가 켜졌거나 꺼진 것처럼, 하나의 상태를 나타냅니다.

양자컴퓨터는 큐비트를 사용합니다. 큐비트는 측정하기 전에는 0이나 1 중 하나로만 설명되지 않는 상태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를 보통 중첩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이렇게 이해합니다.

“그럼 큐비트가 0과 1을 동시에 계산하니까, 모든 경우를 한꺼번에 시험하는 거네요.”

하지만 이 설명은 절반만 맞습니다.


큐비트가 여러 가능성을 담고 있어도, 마지막에 측정하면 결과는 하나만 나옵니다. 0 또는 1, 즉 하나의 답입니다. 그러니 가능한 답을 모두 계산해 놓는다고 해서, 우리가 그 답을 모두 꺼내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양자컴퓨터의 핵심은 모든 답을 한꺼번에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계산 과정에서 원하는 답이 나올 가능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원리가 바로 간섭입니다.


간섭으로 답을 골라냅니다.

파도가 만나면 서로 강해지기도 하고, 서로 상쇄되기도 합니다. 두 파도의 마루가 만나면 더 큰 파도가 되고, 마루와 골이 만나면 파도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양자컴퓨팅에서도 비슷한 원리가 쓰입니다.


양자 알고리즘은 계산 과정에서 큐비트의 상태를 조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키우고,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줄이도록 만듭니다. 마지막에 측정했을 때, 유용한 답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도록 설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양자컴퓨터는 “모든 답을 계산하는 기계”라기보다, 답이 나올 확률을 조정하는 기계에 가깝습니다.


그럼 무엇이 빨라질까

양자컴퓨터가 모든 계산을 빠르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일반적인 사무 작업, 영상 시청, 문서 작성, 웹서핑에는 일반 컴퓨터가 훨씬 적합합니다.

양자컴퓨터가 주목받는 분야는 다음과 같습니다.


분자와 재료 시뮬레이션: 분자의 움직임과 상호작용을 계산하는 문제

최적화: 수많은 조건 속에서 가장 좋은 조합을 찾는 문제

암호 분석: 특정 수학적 문제를 이용하는 암호 체계를 다루는 문제

기계학습의 일부 문제: 데이터 구조와 계산 방식에 따라 이점을 찾는 연구


다만 “이 분야에서 가능성이 있다”는 말과 “지금 이미 일반 컴퓨터보다 확실히 더 낫다”는 말은 다릅니다. 현재 양자컴퓨터는 아직 오류와 안정성 문제를 안고 있으며, 실제 산업 문제에서 일관되게 우수한 성능을 보여준 사례는 제한적입니다.


흔한 오해

오해: 양자컴퓨터는 모든 계산을 빠르게 한다.
사실: 양자컴퓨터는 특정 문제와 특정 알고리즘에서 이점을 가질 수 있다.


오해: 큐비트가 0과 1을 동시에 계산하므로 모든 답을 한꺼번에 얻는다.
사실: 측정 결과는 하나이며, 알고리즘은 원하는 결과가 나올 확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오해: 양자컴퓨터가 나오면 일반 컴퓨터는 필요 없어진다.
사실: 두 컴퓨터는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지며, 함께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비유의 한계

“양자컴퓨터는 여러 갈래 길을 동시에 걷는다”는 비유를 자주 봅니다. 이 비유는 중첩을 떠올리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길을 걷는 사람은 결국 한 곳에 도착합니다. 양자컴퓨터도 마찬가지로 측정하면 하나의 결과를 얻습니다. 중요한 것은 여러 길을 동시에 걷는다는 말이 아니라, 여러 가능성이 서로 간섭하면서 결과의 확률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확인해 보기

다음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세요.

양자컴퓨터는 왜 모든 문제에서 일반 컴퓨터보다 빠르지 않을까요?

큐비트가 여러 가능성을 담고 있어도, 측정 결과는 왜 하나일까요?

양자컴퓨터가 유리할 수 있는 문제는 어떤 특징을 가질까요?


다음 편 예고

다음 편에서는 양자컴퓨팅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큐비트를 살펴봅니다.
“큐비트는 0과 1을 동시에 저장한다”는 말이 왜 절반만 맞는지, 그리고 큐비트가 일반 비트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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