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얽힘은 텔레파시일까?

byDan Lee

“멀리 떨어진 두 입자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한쪽을 바꾸면 다른 쪽도 즉시 바뀝니다.”

이런 설명을 들으면 얽힘이 마치 텔레파시처럼 느껴집니다. 한쪽에서 무언가를 하면, 빛보다 빠르게 다른 쪽에 전달되는 것처럼요.

하지만 얽힘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얽힘은 신기한 연결이 맞지만, 원하는 정보를 순간이동시키는 통신 수단은 아닙니다.


얽힘이란 무엇일까?

양자컴퓨팅에서 큐비트는 혼자 있을 수도 있지만, 두 개 이상이 서로 관련된 상태로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두 큐비트의 상태가 하나의 전체로 묶여 있는 것을 얽힘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하면, 두 큐비트를 각각 따로 설명하기 어렵고, 둘을 함께 봐야 상태가 완전해지는 관계입니다.

예를 들어 두 큐비트가 얽혀 있다고 해봅시다. 측정 결과가 항상 같게 나오는 관계일 수도 있고, 항상 반대로 나오는 관계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쪽의 결과를 알면 다른 쪽의 결과와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데 연결되어 있다”는 말의 의미

두 큐비트가 얽혀 있고, 하나는 서울에, 다른 하나는 뉴욕에 있다고 해봅시다.

서울의 큐비트를 측정해서 0이 나왔다면, 뉴욕의 큐비트 결과도 그 관계에 따라 정해진 방향으로 나올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항상 같은 값을 갖는 얽힘이라면, 뉴욕의 큐비트도 0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사람들이 놀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두 큐비트는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결과가 서로 관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곧 “서울에서 뉴욕으로 메시지를 즉시 보냈다”는 뜻은 아닙니다.


왜 텔레파시가 아닐까?

핵심은 이것입니다.

서울의 큐비트를 측정한 사람은 자기 결과가 0인지 1인지 알 수 있지만, 그 결과가 무작위로 나온 것인지,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인지 구별할 수 없습니다.

뉴욕의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큐비트를 측정하면 0 또는 1이 나오지만, 그것이 상대방의 측정 때문에 바뀌었다는 것을 알 방법이 없습니다.

즉, 얽힘은 결과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를 만들지만, 그 상관관계를 이용해 새로운 정보를 즉시 전달하지는 못합니다.

비유하자면, 두 사람이 같은 내용이 적힌 봉투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해봅시다. 한 사람이 자기 봉투를 열어 내용을 확인하면, 다른 사람의 봉투 내용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보낸 것은 아닙니다.


그럼 얽힘은 왜 중요할까?

얽힘이 통신처럼 작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양자컴퓨팅에서 얽힘은 매우 중요한 자원입니다.

양자컴퓨터는 큐비트 여러 개를 함께 다룹니다. 이때 큐비트들이 서로 얽혀 있으면, 개별 큐비트의 상태만 다루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관계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얽힘은 큐비트들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계산 단위처럼 움직이게 만드는 연결입니다.

이 연결이 있어야 양자 알고리즘이 여러 큐비트의 상태를 함께 조작하고, 간섭을 통해 원하는 결과의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얽힘과 중첩의 차이

중첩과 얽힘은 자주 함께 나오지만 다른 개념입니다.


중첩: 큐비트 하나가 0과 1의 가능성을 함께 담은 상태

얽힘: 큐비트 둘 이상이 서로 관련된 상태로 묶여 있는 것


중첩은 큐비트 하나의 상태에 관한 이야기이고, 얽힘은 여러 큐비트 사이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얽힘 상태의 큐비트들도 각각 중첩 상태에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첩과 얽힘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흔한 오해

오해: 얽힘은 한쪽을 바꾸면 다른 쪽이 즉시 바뀌는 텔레파시다.
사실: 얽힘은 결과 사이의 강한 상관관계이지만, 새로운 정보를 즉시 전달하지는 못한다.


오해: 얽힘을 이용하면 빛보다 빠른 통신이 가능하다.
사실: 얽힘만으로는 원하는 메시지를 즉시 보낼 수 없다.


오해: 얽힘은 그냥 두 큐비트가 비슷한 값을 가지는 것이다.
사실: 얽힘은 두 큐비트를 각각 따로 설명하기 어렵고, 함께 봐야 상태가 완전해지는 관계다.


오해: 얽힘은 신기하지만 실제 계산에는 큰 역할이 없다.
사실: 얽힘은 여러 큐비트를 하나의 계산 단위처럼 다루게 해주는 중요한 자원이다.


비유의 한계

“양자 얽힘은 마치 쌍둥이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는 비유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비유는 얽힘의 신비로움을 전달하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쌍둥이 비유는 두 가지를 놓치게 만듭니다.


쌍둥이는 서로에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지만, 얽힌 큐비트는 그렇게 메시지를 주고받지 않는다.

쌍둥이의 행동은 독립적일 수 있지만, 얽힌 큐비트는 상태 자체가 하나의 관계로 묶여 있다.


그래서 얽힘을 이해할 때는 “텔레파시”보다 “결과가 서로 관련된 특별한 상태”라고 생각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확인해 보기

다음 질문에 답해보세요.

얽힌 두 큐비트 중 하나를 측정하면, 다른 큐비트의 결과와 어떤 관계가 생길까요?

얽힘을 이용해 왜 빛보다 빠른 통신을 할 수 없을까요?

얽힘은 양자컴퓨팅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요?


다음 편 예고

다음 편에서는 양자컴퓨터가 답을 한꺼번에 계산하는지 살펴봅니다.
“큐비트가 여러 가능성을 담으니까 모든 답을 한꺼번에 계산한다”는 말이 왜 절반만 맞는지, 그리고 양자 알고리즘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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