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빛이 내리던 날

기생

by무연


- 저 사람을 갖고 싶다. 미치도록 갖고 싶다.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을 보고, 처음 마주친 사람을 보고,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손끝이 소매를 잡아당겼다. 천이 손등을 덮고도 조금 더 내려왔다. 나는 그 끝을 놓지 않은 채 연습실 안을 바라봤다.


그녀가 웃었다.


햇빛이 그녀의 얼굴에 닿아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그 빛까지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부셔서라도.




한국대에 들어오면 모든 것이 달라질 줄 알았다.


입학 통지서를 받았을 때 잠깐, 집에서 짐을 챙길 때 한 번, 학교 정문을 지나 캠퍼스에 들어선 날 아침에 아주 조금 그렇게 믿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사람은 기대를 품는 데에도 재능이 필요하니까.


정문 앞에는 꽃다발을 든 부모들이 많았다. 학생들은 서로 이름을 묻고, 어디에서 왔는지 이야기하며 웃었다. 누군가는 새 가방의 어깨끈을 고쳐 메고 있었고, 누군가는 부모의 팔에 매달려 건물 이름을 하나씩 읽었다.


나는 가방끈을 두 손으로 쥐고 걸었다. 가방 안에는 악보와 시간표, 지갑과 휴대폰이 들어 있었다. 특별히 무거운 것은 없었는데도 어깨가 눌렸다. 가방을 메고 있는 동안만큼은 내가 어디에 속한 사람인지 묻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았다.


새 학기 첫날의 학교는 반짝였다. 유리창은 햇빛을 받아 눈부셨고, 잔디밭에는 추위가 다 빠져나가지 않은 풀잎들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나는 사진을 찍지 않았다.


어디에 서야 하는지 몰랐고, 누구에게 부탁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사진 속에 혼자 서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자, 차라리 찍지 않는 편이 나았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음악대학 건물을 찾아갔다.


피아노과 수석 입학생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대개 축하한다고 했다. 수석이라는 말을 덧붙이면 축하한다는 말에 감탄이 조금 섞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고맙다는 말도 했다.


사람들은 내가 겸손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겸손한 게 아니었다.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을 뿐이다. 칭찬을 듣고 기뻐해야 하는지, 부끄러워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가장 안전한 표정을 골랐다. 입꼬리를 조금 올리고 시선을 내렸다. 손은 소매 끝을 만졌다. 손목을 덮은 천을 잡아당겨 손등까지 가렸다.


음악대학 건물은 캠퍼스 안쪽에 있었다. 회색 돌벽과 큰 유리문, 건물 앞에 줄지어 놓인 검은 화분들. 그 앞을 지나는 학생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안내판 앞에 서서 층별 배치도를 오래 읽었다. 한 번 읽으면 외울 수 있었다. 나는 악보도 그렇게 외웠다. 눈으로 훑고, 손으로 짚고, 머릿속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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