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판 오징어 게임
말레이시아로 입국한 지 2주 차,
나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무너졌다.
남편이라는 보호막이자 안전장치가 사라지고, 그 뒤 일주일은 매일이 미션이었다.
생존을 위한 ‘쿠알라룸푸르판 오징어 게임’이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아침부터 숨이 막혔다.
남편이 떠난 새벽 이후 집 안이 텅 빈 것 같은 외로움도 느껴졌고,
학교 오피스에서는 서류 한 장 제대로 못 알아들어 투명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영어가 안되니 하고 싶은 말을 꾹 참아야 하는 바보 같은 내가 너무 창피했다.
점심 무렵, 더 이상 차를 몰고 시내로 나가야 하는 일을 미룰 수 없었다.
한국과 반대인 운전석과 도로는 여전히 두려웠다. 마치 지뢰밭을 달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지뢰는 나였다. 고속도로로 진입 순간, 달려오는 트럭이 차 옆구리를 스치고 정신이 번쩍 드는 경적 소리까지 울렸다. 얼마나 무서웠던지, 내가 아는 모든 신들의 이름을 외치며 제발 살아서 집까지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빌었다.
그렇게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그 순간 휴대폰 배터리마저 꺼져버렸다.
'Oh, My God!!!'
충전기도 없는데 네비를 못 켜면 집은 어떻게 가지?
나의 갓들께서 날 도로에서 살려주긴 하셨지만, 집까지 호락호락 보내주실 생각은 없으셨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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