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버린 2주차

KL판 오징어 게임

by바람따라들레


말레이시아로 입국한 지 2주 차,

나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무너졌다.


남편이라는 보호막이자 안전장치가 사라지고, 그 뒤 일주일은 매일이 미션이었다.

생존을 위한 ‘쿠알라룸푸르판 오징어 게임’이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쿠알라룸푸르 페트로나스 타워 배경에 오징어가 줄에 메달려 있는 그림을 그려줘.jpgAI 이미지 생성 - 쿠알라룸푸르판 오징어 게임


아침부터 숨이 막혔다.

남편이 떠난 새벽 이후 집 안이 텅 빈 것 같은 외로움도 느껴졌고,

학교 오피스에서는 서류 한 장 제대로 못 알아들어 투명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영어가 안되니 하고 싶은 말을 꾹 참아야 하는 바보 같은 내가 너무 창피했다.


점심 무렵, 더 이상 차를 몰고 시내로 나가야 하는 일을 미룰 수 없었다.

한국과 반대인 운전석과 도로는 여전히 두려웠다. 마치 지뢰밭을 달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지뢰는 나였다. 고속도로로 진입 순간, 달려오는 트럭이 차 옆구리를 스치고 정신이 번쩍 드는 경적 소리까지 울렸다. 얼마나 무서웠던지, 내가 아는 모든 신들의 이름을 외치며 제발 살아서 집까지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빌었다.

고속도로위 달리는 폭탄.jpg AI 이미지 생성 - 고속도로 위 폭탄


그렇게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그 순간 휴대폰 배터리마저 꺼져버렸다.


'Oh, My God!!!'


충전기도 없는데 네비를 못 켜면 집은 어떻게 가지?

나의 갓들께서 날 도로에서 살려주긴 하셨지만, 집까지 호락호락 보내주실 생각은 없으셨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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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14년차 13번째 이사는 말레이시아. 시골학교에서 쿠알라룸푸르 국제학교까지 날아온 해외 기러기 엄마의 생존 에세이. 바람따라 민들레 홀씨되어 살아가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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