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등고래.

히스 씨의 하루.

byDali record

히스 씨는 오늘도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다. 화면을 보니 거대한 혹등고래가 바다 한가운데를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보인다. 혹등고래는 한 자리를 떠나지 않고 맴돌고 있다. 마치 소중한 무언가를 감싸듯 그를 중심으로 조심스레 유영하는 모습은 우아하다 못해 위대해 보인다. 어느새 나도 평면 속 장관에 매료되어 히스 씨의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화면을 응시했다.


카메라는 드넓은 바다에서 혹등고래로 화면을 꽉 채우다 점점 클로즈업을 한다. 혹등고래의 움직임의 중심에 보이는 것은 확실한 이질감으로 멀리서도 눈에 띄는 형광색의 패들보드였다. 보드 위에는 한 사람이 갈 길 잃은 노 하나를 손에 쥔 채 앉아있다. 좁은 패들보드 위에서 수영복을 입은 그는 너무나 무방비해 보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해도 과연 그가 뭘 할 수 있을까? 대자연의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이어서 혹등고래가 패들보드를 툭툭 건드리기 시작한다. 그 패들보드 위에 앉아있는 것이 나라면 어땠을까? 만약 그 거대한 신이 나를 덮치려고 한다면 - 고래밥이 되어버린 수많은 영화 속의 이름 모를 인물들이 스쳐 지나간다. 위대한 자연이 나를 삼켜버려서 그의 뱃속에 들어간다면 나는 함께 삼켜진 것들 중 가장 날카로운 것을 찾아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계획을 세워본다. 그리고 그 하찮은 계획은 금방 무산된다.


"뱃속에 도착하기 전에 죽어버릴걸?"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Dali recor···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추억을 기록하며, 잊고 있던 판타지를 찾는 중입니다.

23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8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8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1화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