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 씨의 하루.
히스 씨는 오늘도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다. 화면을 보니 거대한 혹등고래가 바다 한가운데를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보인다. 혹등고래는 한 자리를 떠나지 않고 맴돌고 있다. 마치 소중한 무언가를 감싸듯 그를 중심으로 조심스레 유영하는 모습은 우아하다 못해 위대해 보인다. 어느새 나도 평면 속 장관에 매료되어 히스 씨의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화면을 응시했다.
카메라는 드넓은 바다에서 혹등고래로 화면을 꽉 채우다 점점 클로즈업을 한다. 혹등고래의 움직임의 중심에 보이는 것은 확실한 이질감으로 멀리서도 눈에 띄는 형광색의 패들보드였다. 보드 위에는 한 사람이 갈 길 잃은 노 하나를 손에 쥔 채 앉아있다. 좁은 패들보드 위에서 수영복을 입은 그는 너무나 무방비해 보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해도 과연 그가 뭘 할 수 있을까? 대자연의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이어서 혹등고래가 패들보드를 툭툭 건드리기 시작한다. 그 패들보드 위에 앉아있는 것이 나라면 어땠을까? 만약 그 거대한 신이 나를 덮치려고 한다면 - 고래밥이 되어버린 수많은 영화 속의 이름 모를 인물들이 스쳐 지나간다. 위대한 자연이 나를 삼켜버려서 그의 뱃속에 들어간다면 나는 함께 삼켜진 것들 중 가장 날카로운 것을 찾아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계획을 세워본다. 그리고 그 하찮은 계획은 금방 무산된다.
"뱃속에 도착하기 전에 죽어버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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