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원고를 쓰겠다고?

사람들이 그게 AI 인걸 모를 것 같니?

by윤슬


요즘 웹소설 판에도 AI가 침투해 들어오고 있다. 노벨피아, 포스타입부터 시작해서 조아라까지 AI 캐릭터 채팅을 도입하고 있고, 왠지 만만해 보이는 현대 로맨스 계통의 웹소설 투고는 특히 AI 딸깍으로 쓴 시놉시스와 초반 원고가 출판사로 대거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출판사나 플랫폼 쪽에서 AI로 찍어낸 저품질 원고의 범람으로 극심한 피로감을 느껴 투고를 닫을 정도라고 하니......




그러잖아도 넷플릭스 빈지 워칭, 숏폼 및 릴스 시청, SNS 무한 새로고침, 인터넷 쇼핑으로 뇌가 오염된 사람들만이 가득한 게 현대 슬롯다.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여가 대신 사람들의 여가는 수동적인 소비, 알고리즘에 떠밀려 가기, 보이는 대로 주워먹기 수준에 그치게 됐다.


이것부터가 벌써 심각한데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스스로 무언가를 해보려는 기조는 거의 전멸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요즘 사람들이 스스로 글을 쓰려 하지 않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한 타이핑 노동을 넘어서 스스로 문제의식을 발견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고, 생각을 정리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여기에는 매우 능동적인 사고와 의식의 개입을 필요로 한다. 뿐만 아니라 생각한 것들을 언어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나의 의견을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도록 일목요연하게 표현하는 방법까지 훈련하게 된다.


이것들은 전부 인간으로서 세상을 대할 때 필요한 능력이다.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마주쳤을 때, 그걸 언어로 명료하게 정리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글감을 정하고 흐름을 전개해 나가는 능력과도 상통한다.


또한 정리한 내용을 작문하는 행위는 고도화된 의사소통 능력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고 처리의 흐름을 전부 AI에게 맡겨놓고, 정작 인간 본인은 그걸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며 복사하는 데에 그친다면 이러한 능력을 키울 수 없음은 물론이며 오히려 퇴화하게 될 것이다.




이건 그야말로 주객전도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과 집단지성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인공지능의 의견을 듣고, 따르고, 종국에는 인공지능에게 의식과 사고, 지성마저 빼앗긴 채 지배 당하는 역할로 전락하게 되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주인의 자리를 박탈 당했다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주인의 자리를 AI에게 넘겨줬다고 해야 오히려 정확할 것이다.


AI로 글을 쓰겠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인간으로 존재하고 싶지 않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이대로 가면 나중엔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인간이 곧 희귀종이 될 것이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생성형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제한한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생성형 AI에 최초 프롬프트를 넣고 나면, 그 AI가 내놓은 결과물 안에서 다음 요구사항을 떠올리게 된다는 특성 때문이다. 여기에서 이걸 수정해줘, 저걸 삭제해줘, 다른 걸 추가해줘, 그 다음을 이어가 줘 등등. 그렇게 하다 보면 기존의 AI가 제안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초안을 고집하게 된다.




아예 틀을 벗어나서 처음부터 시도해보는 상상력이 제한되고, AI가 만들어 놓은 무대 안에서 돌고 돈다.


연구진들은 이를 '설계 고착화의 함정'에 빠지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https://zdnet.co.kr/view/?no=20260420203025&shem=dsdf,sharefoc,agadiscoversdl,,sh/x/discover/m1/4#_enliple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AI를 사용하지 않은 집단이 훨씬 창의적인 시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너무 어린 나이에서부터 스스로 사고하는 근육을 기르지 못하는 환경에 갇히게 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충분한 사고력과 의사소통 능력, 문제해결 능력, 문장력, 문해력, 논리력 등등을 발휘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덧붙여 AI가 쓴 글은 아직까지 AI의 냄새가 난다.

요즘 정보성 블로그 글이 죄다 AI로 점철되어 있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딱 봐도 챗GPT가 대신 써줬구만, 싶은 말투. 어느 블로그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그 말투에서 벗어나질 않는다.

AI로 작성된 컨텐츠가 범람하면서 역설적으로 그 작위적이고 인공적인 향에 질식할 것 같은 피로감을 느낀다.

유튜브에서도 AI영상과 이미지를 한껏 버무린 콘텐츠가 차고 넘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진짜 양질의 콘텐츠, 내가 찾고자 하는 깔끔한 정보는 찾기 어려워졌다.

마치 진짜 음식은 구하기 어렵고, 마트와 편의점엔 온통 고도로 가공된 가짜 음식만이 범람하는 걸 보고 있는 기분이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스팸과 공해의 세계가 되었다. 참된 것들은 점차 그늘에 가려지고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참된 음식, 참된 생각, 참된 이야기 등등.

인간이 앞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무질서하고 무절제한 양적 풍요가 아니다.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하더라도 성장의 과정을 거치며 그 안에 밀도를 눌러 담은, 성숙한 질적 풍요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슬로우 푸드, 고전 서사, 성찰과 통찰은 단순히 속도를 늦춘 것, 느린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다운 템포로 인간답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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