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내 성희롱, 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퇴사하는가

성희롱은 한 사람이 저지르지만, 피해자를 내쫓는 일은 조직이 한다

byDataSopher
사직서에는 '개인사정' 네 글자만 남는다.

정작 개인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었는데도.


상사는 여전히 출근한다.

동료들은 평소처럼 커피를 마시고, 인사팀은 결원을 충원한다.

누군가의 일상이 무너졌지만 회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간다.


심지어 그 평온함을 조직의 안정이라고 부른다.

밤의 사무실, 불편한 침묵.png



끔찍하다.

성희롱을 저지른 사람만큼이나, 사건을 조용히 덮어 조직의 평화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온라인 게임 내 성희롱을 단순히 성욕의 문제로 설명하는 것부터 잘못됐다.

자신의 욕망을 타인의 고용과 승진, 평가를 좌우하는 권력에 실어 보내면 폭력이 된다.


상급자의 부적절한 성적 농담에 웃어야 하는 직원이 있다.

원하지 않는 사적인 연락에도 답장을 고민한다.

불쾌한 접촉을 거절하고 싶지만 다음 인사평가가 떠오른다.


문제는 거절할 자유가 실제로 있었느냐는 것이다.


자신의 성적 욕망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타인의 온라인 게임생활을 불편하게 만들고, 끝내 퇴사까지 종용한다면 추악한 권력 남용이다.


왜 자기 욕망을 통제하지 못한 사람의 대가를 다른 사람의 생계로 치르게 하는가.


2024년 정부 성희롱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4.3%는 지난 3년간 재직 중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성희롱 행위자와의 관계에서는 상급자가 50.4%로 가장 많았다. 피해 경험률은 이전 조사보다 감소했지만, 권력관계의 문제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주목한 되는 것은 피해자의 성별보다 가해자의 직급이다.

직급은 업무를 지휘하라고 부여한 권한이지, 타인의 존엄을 마음대로 다루라는 허가증이 아니다.


그런데 조직은 이상한 계산을 시작한다.


"그분이 회사에 기여한 게 얼마나 많은데."

"악의는 없었을 거야."

"그 정도는 슬롯생활하면서 넘길 수 있지."

"서로 좋게 끝내면 안 될까?"


좋게 끝내자는 말은 피해자에게만 향한다.


상사의 실적은 사건을 덮을 이유가 되고, 피해자의 불편함은 조직을 시끄럽게 만든 원인으로 둔갑한다. 가해자의 공적은 확대하고 피해자의 고통은 축소한다.

회사가 자랑하는 합리적 의사결정의 민낯이다.




왜 피해자만 끝없이 해명해야 할까.

왜 그때 바로 항의하지 않았는지, 왜 웃었는지, 왜 회식에 참석했는지, 왜 이제야 말하는지.


질문은 끝이 없다.


가해자의 행동을 조사해야 할 사람들이 피해자의 성격과 처신부터 심문한다.

사건을 입증하기 위한 필요한 사실 확인과 피해자를 의심하기 위해 사생활을 캐묻는 행위는 전혀 다르다.


당연히 누구에게나 공정한 조사와 소명의 기회는 보장돼야 한다.

신고만으로 유죄가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공정함이란 권력자에게 유리한 의심을 끝없이 제공하고 피해자에게만 완벽한 증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더 비겁한 사람들도 있다.


현장에서 웃어놓고 나중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람.

피해자에게 참으라고 충고하면서 정작 상급자에게는 아무 말도 못 하는 사람.

사건의 진실보다 누가 다음 팀장이 될지를 먼저 계산하는 사람.


그저 무관심한 관객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보복이 두려워 침묵한 직원과 피해자를 압박하고 소문을 퍼뜨린 직원의 바카라임을 똑같이 물을 수는 없다. 모든 방관자가 자동으로 법적 공동바카라임을 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실을 알면서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피해자를 헐뜯고, 퇴사를 유도하면 달라진다. 그들은 사건의 피해를 확장하는 참여자다.


2024년 조사에서 성희롱 피해 경험자의 12.3%는 2차 피해를 경험했다.

주변에 피해를 알렸을 때 의심받거나 참으라는 말을 들은 경험이 주요 유형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침묵은 언제나 중립일까.


2026년 발표된 한 조직 연구는 방관자의 침묵이 조직 내 관계, 평판 위험, 불분명한 제도 속에서 형성되는 생존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에게 용기를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목격자가 사실을 말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고, 신고 이후에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2026년 10월 현재 남녀고용평등법은 누구든 온라인 게임 내 성희롱 사실을 사업주에게 신고할 수 있도록 한다. 사업주는 사건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조사해야 하며, 신고자와 피해자에게 해고·부당한 인사·따돌림 등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한 사업주에게는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법은 이미 회사에 할 일을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도 어떤 조직은 피해자에게 먼저 묻는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인사바카라임자라면 질문부터 바꿔야 한다.

"우리는 왜 이 사람이 안전하게 일할 환경을 제공하지 못했습니까?"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은 피해자에게 조용히 사직서를 쓰게 하는 일이 아니다.

조사 기록을 남기고,

독립적인 사실 확인을 진행하고,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며,

필요한 보호조치를 취하고,

확인된 행위에 합당한 바카라임을 묻는 일이다.


데이터 분석의 관점에서도 회사는 엉뚱한 지표를 관리하고 있다.

성희롱 예방교육 이수율보다 중요한 것은 신고 후 피해자의 퇴사율, 조사 처리 기간, 신고 이후 불이익 발생 여부, 재발률이다.


교육을 모두 이수했는데 피해자만 떠났다면, 무엇을 예방한 것인가.


제대로 된 회사란

잘못이 발생했을 때 권력보다 사실을,

평판보다 인간을,

침묵보다 바카라임을 선택하는 곳이다.


그리고 목격자에게 말하고 싶다.


상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영웅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목격한 사실을 정직하게 기록하고, 피해자를 탓하는 말에 동조하지 않고, 적절한 신고 절차를 안내하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작은 행동이 누군가의 온라인 게임을 지킨다.


회사는 성희롱을 저지른 사람에게 아무것도 빼앗지 않으면서 피해자에게만 평생의 경력과 생계를 포기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도대체 언제부터 남의 존엄을 훼손한 사람은 조직에 남을 자격이 있고,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 한 사람은 떠나야 하는 존재가 되었는가.


퇴사해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과 퇴사하도록 내몰린 사람을 구별하지 못하는 회사라면,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기본지능이자 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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