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상어는 못 만들어도, 연결선은 미리 깔 수 있어

마케터의 뉴스레터 리뷰 | 부캉이

by오운

현직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며 매주 마케팅 뉴스레터를 챙겨 읽습니다. 읽고 흘려보내는 대신, 실무자 시선으로 곱씹어보고 기록합니다.




요즘 콘텐츠 마케팅에서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실시간 이슈에 올라타기'다.


어떤 밈이 뜨면 브래늗 계정이 빠르게 반응하고,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화제가 되면 관련 콘텐츠가 쏟아진다. 잘만 하면 적은 비용으로 큰 노출을 얻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우리도 저렇게 빨리 반응할 수 있으면 좋겟는데, 도대체 무엇에 어떻게 붙어야 하지?'


이번에 읽은 뉴스레터는 부산 북항에 나타난 상어 '부캉이'와 죠스바의 매출 상승을 사례로 이 질문에 답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요한 건 이슈를 잘 잡는 능력보다 브랜드 안에 이미 만들어져 있는 연결선이다.




상어가 나타났는데, 왜 죠스바가 팔렸을까?


2026년 9월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 약 3.5m 크기의 상어가 나타나면서 '부캉이'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몰렸고, 주변 편의점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흔한 '핫플레이스 효과'처럼 보인다.

그런데 재미있는 숫자가 하나 있다.


뉴스레터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국 CU에서 죠스바 매출은 12.5%, 고래밥은 10.5%, 핑크퐁 아기 상어 상품은 13.9% 증가했다.


이 브랜드들은 부캉이를 활용한 광고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팔렸다.


여기에서 뉴스레터가 구분한 '현장 효과'와 '연상 효과'가 꽤 중요한 개념으로 다가온다.


보조배터리나 생수처럼 실제 현장에 사람이 몰리면서 판매가 늘어난 제품이 있는 반면, 죠스바나 아기상어처럼 뉴스를 본 소비자가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올린 제품도 있었다.


같은 매출 상승이라도 작동 방식은 전혀 다른 셈이다.

나는 이 지점이 이번 뉴스레터에서 제일 핵심 포인트라고 느꼈다.




결국 소비자의 머릿속에 '검색창'이 하나 더 있는 셈이다


마케터 입장에서 이 사례를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재미있다.

소비자는 브랜드가 만들어놓은 콘텐츠만 보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뉴스를 보다가도 자기 머릿속에 저장된 브랜드를 꺼내온다.


'상어'를 보고 → 죠스바를 떠올리고 → '죠스바'를 보고 → 편의점에서 실제 구매하는 것.


이 과정에는 브랜드의 광고가 없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기억 속에 이미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브랜드 자산은 단순히 '인지도가 높은 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브랜드 이름을 알고 있는 것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특정 단어를 들었을 때 그 브랜드가 자동으로 떠오를 수 있어야 한다.


죠스바에게는 '상어'가 그 연결선이었던 것처럼.


이 관저멩서 보면 브랜딩은 결국

소비자의 머릿속에 어떤 단어와 우리 브랜드를 연결해놓을 것인가에 가까워진다.




그런데 모든 브랜드가 뉴스재킹을 할 필요는 없다


뉴스레터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무조건 올라타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반대다.


소비자가 스스로 연결할 수 없다면 붙지 않는 게 낫다.

이게 생각보다 중요하다.


실시간 이슈가 하나 터졌다고 해서 모든 브랜드가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어가 나타났으니 우리도 상어와 관련된 콘텐츠를!'


이렇게 시작하면 콘텐츠가 먼저 나오고 이유가 뒤따라오는 상황이 생긴다.

결국 소비자는 묻게 된다.


'그래서 이 브랜드가 상어랑 무슨 상관인데?'


이 질문에 한 문장으로 답할 수 없다면, 그 콘텐츠는 브랜드에게 좋은 기회가 아니라 그냥 유행에 올라타려는 흔적으로 보일 가능성이 크다.


콘텐츠 마케터 입장에서는 이걸 일종의 '연상 테스트'로 활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이슈를 본 사람이 우리 브랜드를 떠올릴 이유가 있는가?
설명하지 않아도 연결되는가?
콘텐츠를 본 뒤 실제 행동까지 이어질 수 있는가?


세 질문 중 첫 번째부터 막힌다면 굳이 만들지 않는 것도 전략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중요한 건 '아이디어'보다 '속도'다


뉴스재킹 이야기를 할 때 흔히 크리에이티브를 먼저 생각한다.


어떤 카피를 쓸지, 어떤 이미지를 만들지, 어떤 밈을 활용할지.

그런데 이번 뉴스레터를 읽으며 오히려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시간 이슈는 말 그대로 실시간이기 때문이다.

오늘 오전에 뜬 이슈를
팀장 → 실무자 → 디자인 → 법무 → 대표

이렇게 돌고 나면, 콘텐츠가 올라갈 때쯤에는 이미 사람들이 다음 밈으로 넘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뉴스레터에서 제안한 ‘실시간 대응 권한을 미리 정해두자’는 이야기가 꽤 현실적이다.


뉴스재킹은 매번 빠르게 움직이는 능력이 아니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평소에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두는 능력에 가깝다.

콘텐츠 마케터에게 필요한 것은 순발력만이 아니라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판을 미리 만들어놓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평소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뉴스레터에서 제안한 ‘연상 자산 목록’을 실제 업무에 가져와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다면 이런 식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우리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것]


단어

장소

계절

상황

감정

제품의 특징

고객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

반복적으로 소비되는 이미지

브랜드만의 밈이나 문장


그리고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좋다.


“이것이 어떤 외부 이슈와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여행 브랜드라면 ‘휴가’, ‘공항’, ‘비행기’, ‘호텔’, ‘여름’처럼

이미 소비자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키워드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연결선을 평소에 정리해두면 새로운 이슈가 터졌을 때 처음부터 아이디어를 만들 필요가 없다.


이미 만들어둔 지도에서
“아, 이 이슈는 여기랑 연결되겠다.”
하고 꺼내 쓰면 된다.




결국 좋은 뉴스재킹은 ‘기생’이 아니라 ‘축적’에서 나온다


이번 사례를 보면서 처음에는 ‘죠스바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보면 죠스바는 꽤 오랫동안 소비자의 머릿속에 ‘상어’라는 연결선을 쌓아온 셈이다.

그래서 상어가 실제로 등장했을 때 별도의 캠페인을 하지 않아도 그 연결선이 작동했다.


이게 콘텐츠 마케팅에서 꽤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종종 지금 당장 반응할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먼저
언젠가 어떤 이슈와 만날지 모르는 브랜드 자산을 꾸준히 쌓는 일이 필요하다.


오늘 만든 콘텐츠가 내일 바이럴될 수도 있지만,
오늘 만든 브랜드의 이미지는 몇 년 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작동할 수도 있으니까.


상어가 언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상어가 나타났을 때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를 떠올릴 이유를 만들어두는 것.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빠르게 움직이는 구조를 만들어두는 것.


결국 뉴스재킹의 시작은 ‘무슨 이슈를 잡을까?’가 아니라
‘우리 브랜드는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가?’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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