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G마켓의 턴어라운드

잘하는 브랜드보다 바꿀 수 있는 브랜드

by오운

현직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며 매주 마케팅 뉴스레터를 챙겨 읽습니다. 읽고 흘려보내는 대신, 실무자 시선으로 곱씹어보고 기록합니다.




최근 G마켓의 턴어라운드 전략을 다룬 뉴스레터를 읽었다.


한때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선두에 있던 G마켓은 어느 순간 쿠팡과 네이버에 주도권을 내주었고, 이후 여러 변화 속에서도 뚜렷한 성장 동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다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한다.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그룹의 새로운 협력 구조를 바탕으로 투자가 확대되고, AI와 글로벌 인프라를 활용한 새로운 성장 전략도 본격화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이 글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G마켓의 전략 자체보다 새롭게 합류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메타, 네이버, 컬리 등 이미 성장한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왜 지금 G마켓을 선택했을까.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은 말이 있었다.


'잘나가는 조직에서 1을 더하기보다, G마켓에서 더 큰 변화를 만드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이 말을 읽고 한동안 생각했다.


나는 지금까지 어떤 성장을 원했던 걸까.






잘하는 회사에서 더 잘하는 것


이미 잘 돌아가는 조직에서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성과가 나고 있고, 시스템도 갖춰져 있고, 사람들이 익숙하게 사용하는 방식도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굳이 바꿔야 할까?'


잘하고 있는 것을 조금 더 잘하게 만드는 것.


이미 있는 고객을 조금 더 오래 머물게 하고, 기존 콘텐츠의 성과를 몇 퍼센트 더 높이고, 이미 잘 팔리는 상품의 판매량을 조금 더 끌어올리는 것.


물론 이것 역시 중요한 일이다.


오히려 규모가 큰 조직에서는 작은 개선 하나가 엄청난 결과를 만드리고 한다.


하지만 마케터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때로는 조금 다른 종류의 성장이 궁금해진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것.

혹은 이미 있지만 제대로 빛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다시 발견하게 만드는 것.


G마켓이 지금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G마켓은 완전히 새로운 회사가 아니다. 이미 거대한 고객 기반이 있고, 오랜 시간 축적된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이해도 있다. 여기에 알리바바의 글로벌 기술과 인프라가 더해진다.


즉, 처음부터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는 회사가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다시 연결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작동하게 만들어야 하는 회사에 가깝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지금의 G마켓보다 앞으로 만들어질 G마켓의 변화 폭이 더 중요했을지도 모르겠다.






리브랜딩은 결국 '이유'를 바꾸는 일 아닐까


아티클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G마켓이 쿠팡이나 네이버와 정면 승부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모든 것을 잘하려 하기보다 뷰티처럼 승산이 있는 카테고리부터 공략하고, 글로벌과 AI를 활용해 새로운 고객과 상품을 연결하려 한다.


결국 중요한 건 하나다.


'왜 G마켓에서 쇼핑해야 하는가?'


이 질문이 생각보다 어렵다.


브랜드의 로고를 바꾸고, 새로운 캠페인을 하고, 젊은 모델을 기용하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쓴ㄴ 브랜드의 위치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결국 소비자가 실제로 느끼는 '선택할 이유'가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나는 리브랜딩을 단순히 브랜드의 이미지를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


리브랜딩은 사람들이 그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생각하는 '이유'를 바꾸는 일에 더 가깝지 않을까.


예전의 G마켓을 떠올렸을 때와 앞으로의 G마켓을 떠올렸을 때,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유가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광고 한 편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상품, 서비스, 콘텐츠, 고객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G마켓의 진짜 리브랜딩은 어쩌면 이미 시작된 브랜드 캠페인이 아니라, 그 이후에 이어질 서비스와 상품의 변화에서 완성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그렇다고 G마켓의 미래를 낙관적으로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이미 쿠팡과 네이버가 강력한 시장 지위를 가지고 있고, 소비자의 습관을 다시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니까.


젊은 고객이 한 번 방문하는 것과 실제 구매자가 되는 것은 다르고, 한 번 구매하는 것과 다시 방문하는 것은 또 다르다.


그래서 아티클에서 말한 '구매자 수'라는 지표가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결국 브랜드의 변화가 정말 성공했는지는 사람들이 그 브랜드를 좋아한다고 말하는지가 아니라, 다시 찾아오고 실제로 선택하는지에서 드러날 테니까.


그래서 지금의 G마켓은 성공한 브랜드라기보다 성공을 다시 만들어내야 하는 브랜드에 가까워 보인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나느 그 지점이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나도 그런 마케터가 되고 싶다는 생각


아티클을 읽으며 G마켓보다 오히려 그곳으로 이동한 사람들의 선택에 대해 더 오래 생각했다.


이미 잘나가는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잘 만들어진 시스템 안에서 1을 더하는 것보다, 아직 변화할 수 있는 폭이 큰 곳에서 직접 무언가를 바꾸는 일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나 역시 마케터로서 그런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잘 만들어진 브랜드를 관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왜 좋아해야 하는지부터 다시 만들어가는 일.


회사의 규모를 키우는 일도 결국 이런 작은 변화에서 시작될 테고, 그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회사를 볼 때도 단순히 '지금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만 보고 싶지는 않다.


얼마나 더 바뀔 수 있는가.

그리고 내가 그 변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


어쩌면 내가 앞으로의 커리어에서 중요하게 보고 싶은 건 이 두 가지일지도 모르겠다.


잘나가는 조직에서 1을 더하는 것도 분명 멋진 일이다.

하지만 아직 아무도 완성하지 않은 것을 함께 만들어가는 일에는 조금 다른 종류의 설렘이 있다.


G마켓이 다시 예전의 영고아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흥미롭다.


지금의 G마켓보다, 앞으로 만들어질 G마켓을 믿고 들어온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나 역시 언젠가는 그런 빛을 키워내는 마케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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