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아서 다행인 일

꾸준함이 내게 선물한 시간들


벌써 3년이 흘렀다. 글 쓰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 글을 쓰고,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새벽 출사를 다니기 시작한 지 3년이다. 처음에는 그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다. 내가 쓴 글이 바카라이 되고, 내가 찍은 사진이 작품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돌아보니 그동안 두 권의 공저에 참여했고, 일곱 권의 전자바카라을 출간했다. 하나하나 떠올려 보면 모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온 시간들이 만들어 낸 결과다.


물론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글을 쓰려고 바카라상 앞에 앉았지만 도무지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 날도 있었다. 하얀 화면만 바라보다가 몇 줄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럴 때면 '이쯤에서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중간에 몸이 좋지 않아 슬럼프가 찾아온 적도 있었다. 마음은 글을 쓰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하지만 완전히 손을 놓지는 않았다.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에는 짧게라도 기록했고, 몸이 힘들 때에는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이어온 글들이 쌓여 한 권의 바카라이 되고, 또 다른 바카라으로 이어졌다.


사진도 마찬가지였다. 새벽 출사가 있는 날이면 알람 소리에 눈을 뜨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특히 겨울 새벽에는 따뜻한 이불 밖으로 나가기가 싫었다. 아직 캄캄한 시간에 일어나 카메라와 장비를 챙기면서 '그냥 오늘은 쉬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 몇 번이나 들었다.

하지만 막상 출사지에 도착하면 그런 마음은 금세 사라졌다.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수평선 너머로 붉은 태양이 고개를 내미는 순간, 나는 숨을 죽이고 셔터를 눌렀다. 하늘이 붉게 물들고 세상이 하나둘 깨어나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이 벅차올랐다. 새벽잠을 포기하고 달려온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계절마다 자연은 나에게 새로운 선물을 안겨 주었다.

봄에는 꽃을 만나러 다녔다. 겨우내 앙상했던 가지마다 꽃망울이 터지고 온 세상이 화사하게 물드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여름에는 싱그러운 초록빛이 좋았다. 햇살 아래 반짝이는 나뭇잎과 짙어진 숲을 바라보며 생명의 힘을 느꼈다.

가을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와 갈대를 찾아다녔다. 햇빛을 받은 억새가 은빛으로 반짝일 때면 한참을 바라보았다. 겨울에는 수만 마리의 철새가 하늘을 뒤덮는 장관을 만났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기다리다가 철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르는 순간에는 추위마저 잊었다.


그때마다 내 마음에는 여러 감정이 찾아왔다.

첫 번째는 설렘이었다. 오늘은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될까, 어떤 글이 탄생할까 하는 기대감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두 번째는 두려움이었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면 나에게 글 쓰는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고, 사진을 찍으면서도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자신이 없었다.


세 번째는 답답함이었다. 몸이 좋지 않아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지 못할 때면 속상했다. 시간이 흘러도 실력이 제자리인 것처럼 느껴질 때에는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했다.


네 번째는 감동이었다. 새벽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과 계절마다 달라지는 자연의 모습은 언제나 나를 감동하게 했다. 내가 쓴 글이 한 권의 바카라으로 세상에 나왔을 때에도 같은 마음이었다.


다섯 번째는 감사함과 뿌듯함이었다.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에도 다시 시작했던 나 자신이 고마웠다. 작은 기록들이 모여 바카라이 되고, 꾸준히 찍은 사진들이 추억으로 남았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만약 그때 글쓰기를 멈췄더라면 어땠을까.

두 권의 공저도, 일곱 권의 전자바카라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기 싫다고, 춥다고, 덥다고 사진 출사를 포기했다면 어땠을까. 붉게 떠오르는 태양도, 봄꽃의 아름다움도, 은빛 억새와 겨울 철새들의 장관도 내 기억 속에는 없었을 것이다.


3년 전의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면서도 끝까지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잘하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했고,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올까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조금 달라졌다.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들보다 느리게 가더라도 멈추지 않으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배웠다.


지난 3년 동안 내가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값지게 다가왔다. 글을 쓰며 나를 돌아보았고, 사진을 찍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다.

포기하지 않는다고 모든 일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포기했다면 결코 만날 수 없었을 순간들이 있다.

오늘 나는 지난 3년을 돌아보며 나 자신에게 조용히 말해 주고 싶다.

'참 잘했다. 그때 포기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3년 후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도 같은 말을 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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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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