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위한 플레이리스트

시 '음악의 생명'에 대하여

by박헤디

음악의 생명


음표마다 숨이 붙어

음악은 생명을 얻고


시린 손을 바람에 내놓은 사람들

각자의 사연을 품고 음악을 찾으면


곡은 모습을 바꿔

손님을 맞이한다




강렬한 몇 가지 감정을 위한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감정들이 휘몰아치는 순간이 오면 나는 세상에서 한 발자국 멀어지고 싶어진다.

방에 들어가 이어폰을 꽂고 음악 앱을 연다.

수많은 플레이리스트 중 현재 감정과 가장 어울리는 제목을 선택한다.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하다 보면 이리저리 날뛰던 감정이 어느새 차분해져 있다.


나는 그중 슬플 때 듣는 플레이리스트를 좋아한다.

평소엔 절대 듣지 않는, 오로지 슬픔과 우울을 위한 곡들로 가득한 플레이리스트.

슬픔에 공감하는 노래, 슬픔을 털어내는 노래, 슬픔에 푹 빠지는 노래까지.

그 모든 노래를 듣고 또 듣다 보면 슬픔의 이유가 점점 흐려짐을 느낀다.


슬프지 않을 때 들으면 노래가 주는 위로와 공감이 퇴색될까 봐 아껴 둔다.

그렇기에 이 플레이리스트는 다른 감정 플레이리스트와 달리 여전히 생생한 공감과 위로를 준다.


오늘도 음악 앱을 연다.

감정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한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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