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공저등의 출간소식은 종종 전해드렸지만, 이렇게 따로 인사를 드리는 건 오랜만인 것 같네요.
작년 말부터 올초까지 제가 겪었던 일이, 사람이 살아가며 겪는 스트레스 상황 중 세 번째에 해당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참고로 1위는 배우자의 사망이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어찌어찌 잘 지나온 듯합니다.
때마침 만난 다정한 귀인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늘 보답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그럭저럭 잘 살고 있어요. 인생이란 늘 크고 작은 굴곡의 연속이라, 큰일 하나 지나갔다고 방심했다가는 언제나처럼 또 고꾸라질 테니 조심해야겠지만요.
그래도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ㅡ 이제는 언제든 넘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넘어져도 다시 괜찮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는 것도요. 저는 생각보다 회복탄력성이 뛰어나고, 운도 꽤 좋아서 주변엔 다정한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그러니까, 다시 일어나면 된다는 걸 진실로 깨달았다는 거죠.
성찰과 사유는 글로 쓰는 게 글쟁이의 의무일 테죠. 정작 쓰고 싶은 글은 쓰지도 못한 채 숙제만 잔뜩 쌓여 글태기가 와버렸지만요. 어쨌든 오늘은 근황을 전하러 왔어요.
1. 정말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출근길의 예쁜 하늘을 보면 사진을 찍어 애정하는 사람들에게 아침 문안인사를 보내는 일은 잊지 않는 편이에요.
그렇게 무사히 2개년의 학기를 마쳤고요. 아, 재미도 없고 보람도 없던 공대 생활 이제 끝났다. 장하다 마른틈. 가을학기는 여유롭게 쉬어가고 내년에는 고대하던 문창과 편입을 준비하려 해요. 친애하는 정작가님께서 정성스레 제본하셨던 교재를 물려주신다고 하시니 이렇게 설렐 수가 없습니다. 후배사랑 나라사랑… 거절 않고 넙죽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 애정하는 해온 작가님의 <어른들을 위한 B급 동화>가 6월 9일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바카라 뒷면에 보시면 마른틈 작가의 개쩌는 추천사가 있습니다. (더 개쩌는 사실은 무려 드라마 아이리스의 조규원 작가님과 한 페이지에 장식되었다는 것이죠. 하하.)
몇 달 전 저는 조금 고단한 시간을 걷고 있던 해온 작가님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작가님, 게임해봤죠? 저는 마음이 너무 힘들 때 게임으로 치면 계속 '디버프'가 걸린 상태 같았어요. -1,-2,-1... 가만히 있어도 체력이 계속 깎이는 거예요.
물론 주변의 다정과 약간의 행운, 간간이 찾아오는 행복 같은 이벤트 덕분에 +1,+2씩 회복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일이라 위태롭기 짝이 없죠.
그러니까 진짜 살아나려면요, 불규칙적인 행운과 다정 같은 것에 기대지 말고 원인이 되는 디버프를 지워야 해요. 나는 그러기 위한 삶을 살기로 결심했고, 아주 조금은 이룬 것 같아요.
나는 작가님도 그런 삶을 이뤄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작가님이 그걸 이룰 동안 내가 작가님이 연명할 수 있도록 계속 +1과 +2의 회복을 줄게요."
얼마 전 작가님이 제게 말했어요.
"나, 요즘의 내 모습이 조금 맘에 드는 것 같아요."
어쩌면 이제 그녀는 그녀를 괴롭혀오던 '디버프'를 조금씩 지워내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쯤 되면 눈치채셨겠죠. 네 맞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H. 나의 귀인, 해온 작가님의 정식 출간을, 정식 작가가 된 것을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담아 축하합니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꽃길만 가득하길, 늘 응원해. 사랑해요 수영언니.
3. 이쯤에서 궁금해하실 것 같으니까 <혼라맛>의 출간 일정에 대해서도 업데이트 드려야겠지요. 원래 안내드렸던 6월보다는 좀 더 지연되어 현재로서는 '하반기 중' 정도로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가을 중에는 찾아뵙고 싶은 희망사항이 있네요)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근래 담당 편집자분과 아주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는 점입니다.(네, 진짜 뒤지게 싸우고 있습니다…)
실은 의견충돌이 생각보다 거세서 많이 놀랐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처음인 제게는 하나하나의 말과 태도가 혹여 얕보일까, 작품의 퀄이 떨어질까 조심스러워졌고요. 그럼에도 이 바카라은 제 인생을 건 고백이자, 결국 제 이야기이기에 쉽게 양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분명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서툴더라도 제 심지를 지키려 노력했습니다.
물론 제가 보지 못하는 시야 역시 분명 존재하겠지요. 퇴고에는 끝이 없다는 말 또한 사실인 듯합니다. 치열하게 설득하고 설득당하는 시간 끝에, 저는 담당편집자님 역시 이 이야기에 애정을 가지고 계시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기대됩니다. 이 이야기가 다듬어질수록 얼마나 단단해질지, 얼마나 더 온전한 모습으로 독자분들을 만나게 될지를요.
조금 늦더라도 충분히 준비해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른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