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변곡점 - 어느 쪽으로든, 40조가 바꾼 기준선
코스피는 나흘 동안 두 번 방향을 바꿨다. 화요일 장중 7,216.62까지 올랐던 지수는 수요일 6,471.17로 내려앉았고, 목요일에 5.89% 뛰었다. 그런데 금요일 지수가 0.88% 오르는 동안 상승 종목은 193개, 하락 종목은 681개였다. 지수를 움직인 힘과 시장 전체의 체온은 다른 곳에 있었다. 코스피 8/18–8/21.
8월 11일부터 18일까지 외국인 순매수의 87%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몰렸다. 나머지 코스피 종목에서는 팔았다. 외국인이 돌아왔다는 문장과 외국인이 반도체 두 종목을 샀다는 문장은 같은 말이 아니다.
수요일 지수가 5.80% 무너진 것도, 목요일에 5.89% 되돌린 것도 같은 두 종목의 움직임이었다. 목요일 외국인은 1조 7천억 원가량을 사들였다. 금요일에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라는 악재를 안고도 두 종목이 지수를 끌어올렸고, 대부분 업종은 약했다.
수요일의 낙폭은 398포인트, 목요일의 상승폭은 그보다 작았다. 지수는 비슷한 비율로 돌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자리로 돌아온 것은 아니다. 순환매가 넓게 퍼진 장이 아니라, 두 종목의 체력으로 버틴 장이었다.
SK하이닉스는 40조 원 규모의 자기 주식을 사들여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발행주식의 약 3.3%다. 취득 기간은 8월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 석 달로 못 박혔다. 여기에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의 환원 기준을 '50% 이내'에서 '50% 이상'으로 올렸다. 근거로는 2분기 말 순현금과 내재가치가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들었다. 삼성전자도 올해 최대 110조 원 규모의 환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금요일 주가가 반응했다.
한국 기업이 돈을 버는 것과 주주가 그 과실을 나누는 것은 오랫동안 같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사상 최대 실적이 나와도 배당의 날짜와 금액은 따라오지 않았다. 이번 결정이 다른 코스피·코스닥 기업에 기준선을 만든다면, 그 지점이 실제 변화다.
다만 첫 주의 속도는 기대보다 완만하다. 하이닉스가 신청한 첫날 물량은 65만 주로 하루 한도의 27% 수준이었다. 이 페이스라면 40조를 소진하는 데 40 거래일 이상이 걸린다. 매일 사는 주체가 하나 늘어난 셈인데, 그 주체의 퇴장일이 11월 19일로 이미 적혀 있다. 가격을 떠받치는 힘과 그 힘의 기간이 함께 정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이 특별한 호재가 아니라 기업가치를 지키기 위한 기본 동작이 되는 순간, 그때가 선진화의 출발점일 것이다. 기업의 주가가 하락으로 가는 길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요일 미국에서 모더나가 폭등했다. 머크와 공동 개발한 개인맞춤형 mRNA 흑색종 치료제가 3상에서 재발 억제와 전이 방지 목표를 충족했다. 나스닥 바이오지수도 4.4% 올랐고, 다음 날 국내에서는 mRNA 관련주로 매수세가 번졌다. 임상 결과 하나가 한 업종의 가격표를 다시 썼다.
중국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 유니트리가 상하이 상장 첫날 460% 올랐다. 중국 증시에서 피지컬 AI가 독립된 산업으로 값을 받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중국 시장은 정부의 영향력이 커서 미국 증시와 같은 잣대로 놓기 어렵지만, 기술 자체가 경쟁력을 갖췄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국내 로봇주에는 비교 대상이 하나 늘었다.
국내에서 순환매는 일어나지 않았고, 불은 밖에서 붙어 들어왔다. AI가 만든 변화가 바이오와 다양한 분야에서 시작되고 있다. 좀 더 자신의 노동가치와 늘어날 여가시간을 인간답게 보내려는 자신의 취향을 잘 발견해야 할 시기가 빨라진다.
미국 30년 국채금리는 5.3%를 넘어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재무부는 장기물 바이백 규모를 최소 두 배로 늘리기로 했고 금리는 잠시 내렸지만 하루 만에 되돌아왔다. 총부채가 40조 달러에 이른 상황에서 시장은 단기 수급 조절보다 재정과 물가를 무겁게 봤다.
달러는 약해졌다. 금은 주간 5% 넘게 올랐고 비트코인은 7만 달러를 넘었다. 디지털 자산을 증권과 상품으로 나눠 감독 체계를 정리하려는 법안 논의가 겹쳤다. 법안은 상원에서 멈춰 있지만,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방향은 분명해졌다.
호르무즈는 열리지 않았다. 8월 21일 확인된 상선 통과는 7척에 불과했고, 미국은 24일 이란을 상대로 추가 제재 세부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브렌트유는 금요일 94.39달러까지 올랐다. 미국의 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국채시장에서도 중동에서도 같은 힘을 쓰는 데 예전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이번 주는 상승과 하락 어느 쪽으로도 방향이 빠르게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동시에 무엇이 다음 가격을 만드는지는 조금 선명해졌다. 한국에서는 주도주와 주주환원, 미국에서는 장기금리와 달러, 밖에서는 에너지와 새로운 산업이 움직인다. 펀더멘털보다 수급이 앞서는 시장에서는 누가 사는지와 언제까지 사는지가 가격을 만든다. 40조는 큰돈이지만 기간이 정해진 돈이다. 지금의 안도가 실적에서 온 것인지 매수 주체에서 온 것인지는 구분해 두는 편이 낫다.
다음 주에는 26일 미국 PCE와 엔비디아 실적,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28일 잭슨홀 연설이 이어진다. 지난주보다 시장을 더 주의 깊게 볼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