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변곡점 — 923조가 사라졌다 하루 만에 돌아온 자리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 사흘 만에 사라진 시가총액 923조, 하루 만의 역대 최대 반등.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왜 주가를 지키지 못했는지, 개인이 먼저 떠나고 외국인이 그 자리를 채운 한 주를 기록한다. 깨진 유리창은 아직 갈아 끼우지 않았다. 코스피 7/27–7/31.
월요일은 조용히 내렸다. 외국인이 2조 9천억을 팔았지만 개인과 기관이 받아 6,755에 마감했다. 화요일에도 개인은 받았다. 지수가 10.84% 무너지는 동안 개인은 4조 3천억을 사들였다. 늘 하던 대로였다.
수요일에 손이 놓였다. 개인이 순매도로 돌아섰고, 외국인의 매도를 아무도 받지 않았다. 3월 3~4일에 6조 1천억, 지난달 5·8일에 9조 5천억을 순매수했던 개미들이었다. 지수는 5.98% 더 빠졌고, 6,000선이 무너졌으며, 거래소 역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걸렸다. 주초 5,534조였던 코스피 시가총액은 목요일 4,611조까지 줄었다가, 금요일 하루에 5,400조대로 돌아왔다.
일부는 결심할 기회조차 없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의 순자산은 한 달 전 17조 6천억에서 5조 7천억으로 3분의 1이 됐다. 감소분의 상당 부분은 판단이 아니라 청산이다. 목요일 외국인이 1조 3천억으로 발을 들였고, 금요일 7조 2천억을 쏟았다. 같은 날 개인은 역대 최대 규모를 팔았고, SK하이닉스는 17년 만의 상한가, 삼성전자는 26.81%로 일간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받아줄 사람이 사라진 날 지수는 6,000선을 잃었고, 낮은 가격표를 보고 외국인이 돌아왔다.
수요일 SK하이닉스는 매출 79조 3천억, 영업이익 60조 5천억을 냈다. 목요일 삼성전자는 매출 171조 5천억, 영업이익 89조 5천억을 발표했다. 전년 대비 1,813% 증가다. 둘 다 사상 최대였고, 둘 다 주가를 지키지 못했다. 하이닉스는 크게 떨어졌고, 삼성은 조금 방어했다.
숫자가 너무 좋은 것이 문제였다. 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 76%는 마이크론(81.2%) 다음이고 엔비디아(65.6%)와 TSMC(60.3%)를 웃돈다. 이 정도 이익률이 유지될 수 있느냐는 질문 앞에서, 회사가 내놓은 답은 무력했다. 삼성은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진다고 했고 HBM4 매출이 3배 늘 것이라 했다. 말하지 않은 게 아니라, 말했는데도 먹히지 않았다.
같은 주에 중국이 두 번 움직였다. 월요일 창신메모리가 상하이에 상장해 첫날 공모가의 다섯 배로 뛰며 중국 시총 1위에 올랐고, ASML이 사실상 독점하던 액침 DUV를 중국이 자체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무너진 것은 실적이 아니라 실적에 매기던 값이었다. 코스피 주가수익비율 5.1배는 금리를 보정한 적정 수준 8.5배의 60%로 2009년 이후 최저다. 시장은 지금의 이익이 아니라 2년 뒤의 이익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미국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클라우드 매출로 답했고 올랐다. 메타는 자본지출을 올려 잡고 11% 빠졌고, 애플은 공급망 제약과 부진한 전망으로 7% 넘게 밀렸다. 갈린 기준은 돈을 얼마나 쓰느냐가 아니라, 쓴 돈이 매출로 돌아오는 게 보이느냐였다.
삼성전자는 목요일 이슬롯에서 2분기 배당을 주당 374원으로 결의했다. 총액 2조 4,559억, 시가배당률 0.1%다. 2024년부터 이어온 3개년 정바카라에 따라 연간 정규배당은 9조 8천억으로 고정돼 있다. 영업이익이 열여덟 배 늘어도 배당은 그대로라는 뜻이다.
특별배당에 대해서는 이슬롯와 경영진이 실행 방안을 적극 논의하고 있으며 곧 업데이트하겠다고 했다. 날짜는 없었다. 오히려 덧붙인 말이 무거웠다. 잉여현금흐름의 50%를 환원하는 현 정바카라과 관련해, 메모리 장기공급계약 선수금과 성과급 목적 자사주 매입이 그 잉여현금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사상 최대 이익을 발표하면서 환원 재원은 더 불확실해졌다고 통보한 셈이다. SK하이닉스도 키옥시아 지분과 ADR로 확보한 현금의 추가 환원 방안을 연내에 공개하겠다고만 했다.
한국 상장사의 지난 10년 배당성향은 26%다. 미국은 42.4%, 일본은 36%다. 정부는 배당성향 40% 이상 기업의 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하는 제도를 올해부터 한시 시행 중인데, 시가총액 1·2위는 그 문턱에서 오히려 멀어지고 있다. 주주가 폭락장에서 주식을 들고 있어야 할 이유는, 회사가 만들어주지 않으면 생기지 않는다.
목요일 새벽 연준은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다섯 번 연속이다. 그런데 12명 중 3명이 0.25% 포인트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그리고 시장이 대신 올렸다. 2년물은 4.24%로 내렸는데 30년물은 5.2%대로 올라 2007년 이후 19년 만의 최고를 기록했고, 2년과 30년의 격차는 77bp에서 94bp로 벌어졌다.
워시 의장은 장기금리가 이미 올라 연준이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금융여건이 긴축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그것을 신뢰의 결과가 아니라 물가를 잡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으로 읽었다. 짧은 돈은 안심하고 긴 돈은 겁먹었다.
금요일, 개미들이 왜 그렇게 밀렸는지가 뒤늦게 드러났다. 상반기에 439%를 벌었던 한 AI 집중 헤지펀드가 7월에 67%를 잃고, 담보 압박에 몰려 160억 달러 규모의 상장주식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시타델에 넘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법적 청산은 아니고 비상장 자산은 남겼지만, 시장은 이를 강제 매도의 종료 신호로 읽었고 그 안도가 금요일 반등의 연료가 됐다.
순서가 중요하다. 개인이 손을 놓은 것은 수요일이고, 그 이유가 신문에 난 것은 목요일이다. 개미는 이유를 모른 채 나갔고, 이유는 하루 뒤에 알려졌다. 정보의 비대칭이란 누가 먼저 아느냐가 아니라, 모르는 쪽이 먼저 놓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은 공격을 멈췄다 다시 주고받았다. 휴전이라 부를 합의는 없고, 호르무즈를 지나는 배는 여전히 평소보다 적다. 미국은 해상 봉쇄를 다시 가동했고 오만이 중재에 나섰지만 이란은 해협 공동 통제안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총성이 멎는 것과 배가 다니는 것은 다른 사건이고, 시장이 사는 것은 후자다. 7월 한 달 유가는 21% 넘게 올랐다.
한쪽은 닫혀 있고 한쪽은 열린다. 화요일 스페이스 X가 상장 후 첫 분기 실적을 내놓고, 이틀 뒤 보호예수 물량의 20%인 9억 1,150만 주가 풀린다. 주가는 이미 6월 고점의 절반이다. 시장이 확인하려는 항목은 AI 부문의 영업손실과 설비투자, 그리고 현금흐름이다. 2번에서 던진 질문이 그대로 되돌아오는 셈이다. 데이터센터 D램이 올해 D램 출하량의 57%, 매출의 65%를 차지하는 만큼, 이 회사가 받는 평가는 결국 한국 메모리에 대한 평가로 되돌아온다.
9월 금리 인상 확률 57%, 삼성전자가 약속한 "곧"이라는 시점이 남아 있다. 시장은 늘 선반영 한다. 좋은 소식도 나쁜 소식도 대부분 이미 가격 안에 들어와 있고, 남은 것은 그 가격이 맞았는지 확인하는 절차뿐이다.
닻을 내리며 — 유리는 아직 갈아 끼우지 않았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유리 한 장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무도 고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는 순간 그 골목의 규칙이 바뀐다는 이야기다. 이번 주에 바뀐 것은 지수가 아니라 그 규칙이었다.
코스피라는 큰아이의 수학과 영어 성적에 올인하느라, 둘째 코스닥이 다녀야 할 학원비까지 빼서 보탰다. 그러다 큰아이가 시험을 망쳤다. 둘째는 이미 학원을 그만둔 뒤였다. 창이 깨지기 전에, 이 집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당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7월 16일에 발표한 기본예탁금 3,000만 원 상향은 당초 8월 시행 예정이었다가 31일로 앞당겨졌고, 29일에 내놓은 개인별 투자한도 20% 제한은 아직 시행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이 조치들은 모두 유리창 안쪽에 있는 사람을 향해 있다. 창을 깨뜨린 도구를 허가한 쪽은 정작 관리자였다. 부총리는 국회에서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 도입해 송구하다고 말했다. 인정은 나왔는데, 그다음에 나온 것은 순찰을 늘리겠다는 약속에 가까웠다. 그렇게 앞당겨진 규제가 시행된 날은 하필 지수가 역대 최대로 오른 7월 31일이었다. 개미의 손을 묶은 날 외국인이 들어왔다.
허름한 집을 고쳐주겠다고 해서 들어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 집의 창이 깨졌고, 누가 깨뜨렸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안에 있던 사람은 지켜지지 않았다. 값은 금요일 하루에 돌아왔지만, 신뢰는 값처럼 하루 만에 돌아오지 않는다.
원칙은 여전히 중요하고, 개인은 대응만 가능하다. 다만 지금 가격을 만드는 것은 숫자가 아니다. 이 기업이 얼마를 벌었느냐보다, 주주들이 그 숫자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가격을 지배한다. 사상 최대 실적이 이틀 연속 나왔는데도 값이 무너진 한 주가 그것을 보여줬다.
심리가 가치를 대신하는 것이 지금의 기준이다. 변동성이 예외가 아니라 상수가 된 시장에서는 많이 벌 수 있고, 잃을 수 있다. 용감할수록 위험하다.
지난 글 — 던졌다 되담은 외국인 https://fishingproductfr.com/@coolnpeace/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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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폭락, 서킷브레이커, 주주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