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다움

나는 기자인가, 기자란 무엇인가

by엄지용

커뮤니티 공지를 쓰다가 고민에 빠졌다. 나를 기자라고 소개하는 것이 맞을까. 대부분은 아무 생각 없이 넘어갈 이 한 단어 때문에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나는 기자인가. 기자란 무엇인가.


2014년 작은 전문지에서 슬롯생활을 시작했다. 애초에 언론사에 취업할 생각도 없었고, 기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일이 내 일이 된 순간부터 그 질문은 내 관심사가 됐다. 기자란 기록하는 사람이다. 아무거나 기록하지 않는다. 취재로 확인하고 검증한 것을 기록하는 사람이다. 그 기록은 때때로 세상을 바꾸는 영향력을 만든다. 나는 이 일에 자부심을 느꼈다.


2018년 회사에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우리 글은 꽤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고, 아마 조금은 세상을 바꿨겠지만 돈을 벌지는 못했다. 매월 쌓이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조직은 사람을 내보내기로 했고, 그 과정을 견디지 못한 나는 회사를 나왔다.


그렇게 합류한 또 다른 언론사. 나는 여전히 기자라는 이름으로 일했지만, 마음은 예전 같지 않았다. 콘텐츠로 아름답게 먹고살려면 돈을 벌어야 했다. 좋은 콘텐츠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걸 수익으로 연결해야 한다. 월 9,900원짜리 콘텐츠 구독 멤버십, 월 10만 원짜리 커뮤니티를 모두 이때 만들었다. 최소한 내가 받는 월급 이상은 회사의 매출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성공했다. 더 큰 돈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2021년 커넥터스를 창간했다. 이때부터 나는 기자가 아닌 ‘크리에이터’라는 직함을 썼다. 대외적으로는 좀 더 자유로울 것 같아서라고 했지만, 사실 기자라는 이름이 부끄러웠다. 내가 보고 듣고 느낀 언론사의 돈 버는 방식은 병들어 있었다. 광고라기보다는 관계를 팔았고, 그 관계 앞에서 콘텐츠는 거래 대상이 됐다. 우리는 그렇게 돈을 벌고 싶지 않았다. 당시 나에겐 차라리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더 기자 같아 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크리에이터스럽게 성장했다. 유료 콘텐츠 멤버십으로 1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았고, 나와 직원이 먹고살 정도의 돈은 콘텐츠만으로 충분히 벌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벽이 나타났다. 업계의 불황 때문인지, AI로 콘텐츠 소비 방식이 변한 탓인지, 우리가 못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사업은 한참을 크지 못했다.


2025년 커넥터스 법인을 설립하면서 새로 판 명함에, 다시 ‘기자’라는 이름을 새겼다. 먹고살려면 결정을 해야 했다. 내가 관계 장사라고 불렀던 후원도, 협찬도 마다할 처지가 아니다. 정말 부끄럽지만, 기자라는 이름이 돈벌이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조차 이용하는 것이 맞다.


나는 이제 미디어 업체 경영자로 일한다. 좋은 콘텐츠를 고민하는 시간보다 돈벌이를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좋은 콘텐츠조차 돈벌이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를 먼저 고민한다. 이 일 자체가 부끄럽지는 않다. 콘텐츠로 떳떳하게 돈을 번다는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엔 콘텐츠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콘텐츠를 수단으로 고민한다는 점이 달라진 걸까. 생각보다 적성에도 맞는다.


하지만 한편에선 고민이 됐다. 나 같은 사람이 기자라는 이름을 쓰는 것이 맞는가. 취재로 확인하고 검증한 것을 기록하는 일은 무겁다. 그 기록이 만든 결과를 바카라임지는 일은 더 무겁다. 그걸 내가 감당할 수 있는가. 그래서 공지 속 그 단어를 썼다가, 지웠다가, 한참을 망설이다 다시 썼다. 그 망설임은 어쩌면 내게 아직 남은 기자다움에 대한 미련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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