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공연, 맛집과도 경쟁하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을 돌아보건대, 이제 영화도 하나의 유행거리가 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영화는 극장에 걸린 예술이 아니라 OTT, 유튜브, 공연 심지어 먹거리(예를 들면 두쫀쿠)까지 통틀어 거대한 문화의 장 안에서 경쟁하는 하나의 콘텐츠가 된 것이다.
나를 포함해 많은 전문가가 OTT와 극장을 비교해 왔지만, 이제는 그조차도 좁은 시선이다. 지금의 관객은 일단 극장에 가서 무얼 볼지 고민하는 게 아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두고 극장을 갈지, <김부장>을 몰아볼지, 서울국제도서전을 갈지, 흑백요리사에 나온 맛집을 갈지 고민한다. 콘텐츠의 '내용' 보다 '경험'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새롭고 재밌고 뽐낼 만한 경험"이라는 기준 위에서 극장과 도서전, 맛집은 서로 경쟁한다.
그러니까 지난해 한국영화의 고전 끝에 갑작스레 찾아온 <왕사남>의 초대박 흥행은, 한국영화의 부활이 아니라 문화산업의 구조적 재편을 상징한다. 영화, 도서, 공연 사이를 가로막은 벽은 허물어졌다. 이 모두는 거대한 솥 안에서 뒤섞인 채로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게 가능해진 이유는 모든 영역의 허들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금 세대는 자기 취향을 위한 소비에 거리낌이 없다. 게다가 갈까 말까 망설이는 뉴비를 위한 정보가 유튜브, 블로그 등에 넘쳐나기 때문에 진입장벽 역시 낮다. 어느 때보다 유연한 문화 소비자들. 이제 영화는 더 큰 물에서,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왕사남>의 폭발적 흥행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 가능하다. 100~200만까지는 홍보와 대진표, 500만까지는 영화의 힘과 운이 작용한다. 그러다 천만 쯤 되면 영화의 성격이 변한다. 지금 경험해야 하는 콘텐츠로서 부상하는 것이다. <오징어게임>도 그랬고, 두쫀쿠도 그랬다. 그때부터는 영화의 내용보다 '나도 그것을 보았다'는 경험이 중요해진다.
물론 이건 단순한 분석이며, 영화 흥행은 훨씬 복잡한 문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더 이상 영화가 극장 내부에 머물지 않으며, 고작 OTT 하고 경쟁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영화라는 콘텐츠 혹은 유행 상품에 대한 시각을 달리해야 할 시점이다. 이건 기회이자 위기다.
이런 환경에서는 무엇보다 홍보 전략이 중요해진다. 볼 것, 경험할 것이 넘쳐나는 이들의 눈에 어떻게 띌 것인가. 어떻게 하면 '이 영화를 보았다'는 것이 색다른 경험이 되게 할 것인가. 힙스터를 공략할 것인가. 특정한 감성층을 공략할 것인가. 천만 영화가 되어 포모를 일으킬 것인가.
물론 영화만을 보고 찾는 훌륭한 관객은 여전하겠지만, 경험 콘텐츠로서 영화의 성격은 강해질 것이다. 이 영화, 이 배우, 이 감독, 이 제작사와의 만남을 기대하는 관객. 영화 자체보다 그 경험을 소유하기 원하는 관객. 이들에게 닿는 방법을 찾아야 할 시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