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매번 사각지대에서
일하고 싶었는가?

커리어 1부를 마무리하며...

by박샤넬로



2026년 5월, 나는 쿠팡을 떠나기로 했다.

정확히는 '떠나기로 했다'는 표현이 맞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가 조용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 빈자리를 오래 들여다보다가, 나는 그게 출구라는 걸 깨달았다.

이 글은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다. 다섯 번의 온라인 게임과 한 번의 창업,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서 내가 무엇을 찾아 헤맸는지에 대한 솔직한 기록이다.




Chapter 1 — 창업,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다는 것


스물여섯, 나는 강사 파견 사업을 시작했다. '콘플래닛'이라는 이름의 1인 회사였다. 사무실도 없었고, 투자도 없었다. 있었던 건 울산 60개 중학교 교장 선생님들의 전화번호부와, 거절당해도 다시 전화할 수 있는 두꺼운 얼굴뿐이었다.

창업 6개월 만에 매출 5천만 원을 넘겼다. 사람들은 "어떻게 했냐"라고 물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무도 안 하는 틈새를 찾았고, 거기서 그냥 버텼어요."

그때 배운 첫 번째 인사이트 — 시장에는 항상 아무도 채우지 않은 사각지대가 있다. 거기서 버티는 사람이 결국 그 공간의 주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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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 스타트업, 빠른 실패가 왜 축복인가


피기타에서 숏폼 커머스를 기획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0에서 1'을 만드는 감각을 배웠다. 입점사가 한 곳도 없는 플랫폼을 갖고 브랜드에 전화를 돌렸다. 당연히 거절이 쏟아졌다. 그때 우리들의 작적은 "유튜브 브랜드 영상을 무료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였다. 단순한 한 마디가 입점사 30곳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고객 인터뷰를 통해 우리 팀이 피봇을 결정한 순간이었다. '우리가 만든 서비스 방향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경로를 바꾸는 일 — 그게 가장 어렵고, 가장 용감한 PM의 덕목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두 번째 인사이트 — 빠른 실패는 손해가 아니다. 데이터를 가장 싸게 얻는 방법이다. 실패를 복기하지 않는 것이 진짜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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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 코끼리 앱, 수익화는 설계다


마음수업에서 수면 명상 앱 '코끼리'를 맡았을 때, 내 앞에 놓인 과제는 단순했다. "오가닉 유입이 없다. 어떻게 할 건가?" 광고를 더 태우는 건 답이 아니었다. 나는 크리에이터들이 이 앱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로 했다.

구독 모델을 도입하고, 인앱결제 시스템을 기획하고, 리워드 생태계를 완성했다. 9개월 동안 혼자서. 결과는 오가닉 유입 120% 증대, 앱스토어 피처드 3회, 그리고 추후 우리 팀은 아토머스에 M&A 인수됐다.

돌이켜보면 그때 내가 한 일은 '기능을 만든 게' 아니었다. 크리에이터와 사용자가 서로에게 끌리는 구조를 설계한 것이었다. 수익화는 기능이 아니라 설계다.

세 번째 인사이트 — 사용자가 돈을 내는 순간은 '기능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 서비스 없이는 불편해서'다. PM은 그 불편함을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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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 쿠팡, 시스템 안에서 사각지대를 찾는 법


쿠팡에 들어갔을 때, 쿠팡의 압도적인 업무처리 속도와 우수한 동료들과 협업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거대한 플랫폼 안에도 아무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도 배웠다. 나는 QA 프로세스의 빈틈을 찾아 상품의 불량률을 절반으로 줄이고, 안전한 커머스 환경을 구축하는 전방위적인 곳에 투입되고 목표한 KPI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쿠팡에서 가장 많이 배운 것은 '내가 어떤 환경에서 살아있는지'였다. 거대한 조직에서 나는 점점 작아졌다. 그 답답함이 쌓이면서, 나는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반대로 배웠다.

네 번째 인사이트 — 불편함은 신호다. 오래 참을수록 신호는 잡음이 되고, 잡음이 되면 듣지 못한다. 불편함이 반복될 때, 그게 변화의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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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 사각지대를 사랑한다는 것


나는 항상 아무도 채우지 않은 자리를 찾아다녔다. 그게 창업이든,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의 틈새든. 어쩌면 그게 내 커리어가 순탄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안전한 길보다 비어 있는 길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으니까.


이제 쿠팡을 떠나며, 나는 다시 그 사각지대를 찾으러 간다


당신에게도 지금 사각지대가 보이는가. 그렇다면 거기서 버텨도 좋다. 아무도 없는 자리가 두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자리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이 결국 그 공간의 이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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