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살아갈 나를 믿기로 했다

by아마토르

나이 오십이 넘어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오늘도 나는 혼자 바카라을 읽는다. 조용히 바카라장을 넘기다 한 문장 앞에서 눈길이 멈췄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내 삶을 돌아보고 있었다. 나는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 지금까지 내린 선택들은 나를 원하는 방향으로 데려가고 있을까.




나름의 이유로 선택해 온 길이었다. 그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 선택들이 정말 나를 위한 것이었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잘 살고 싶었던 마음은 어느새 잘못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으로 바뀌어 있었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후회가 앞설 때가 있다. 그때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면, 조금 더 용기를 냈다면 지금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바꿀 수 없는 과거를 붙잡고 다른 삶을 상상하다 보면 정작 지금의 나는 보이지 않는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때의 선택을 쉽게 놓아주지 못한다.

나 역시 나를 잃지 않으면서 세상과 조화롭게 살아가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삶보다 내 마음이 납득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하지만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분명하지 않은 날이 많았다. 마음을 따라 선택했다가 기대와 다른 결과를 마주할까 봐 두렵기도 했다. 확신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면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살아갈수록 깨닫는다. 아무리 신중하게 선택해도 삶의 모든 일을 예측할 수는 없다는 것을. 그때는 최선이었던 결정이 시간이 지나 아쉬움으로 남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한 경험이 새로운 길을 열어 주기도 한다. 삶은 내가 세운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과거의 내가 틀렸던 것은 아니다. 그때의 나는 당시의 경험과 지식, 마음의 여유 안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했을 테니까. 지금의 내가 과거의 선택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는 건 그동안 내가 달라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당연하게 여겼던 삶의 방식에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되었다.

후회 속에 오래 머물기보다 그 시간을 지나며 무엇을 배웠는지 돌아보고 싶다. 오늘의 선택이 영원히 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니까. 지금 걷는 길이 더 이상 나답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다른 길을 찾아볼 수 있고,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달라진다면 그에 맞게 삶을 조정할 수도 있다.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언제나 확신에 차 있는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닐 것이다.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고, 다른 사람의 기대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일일 것이다. 두려움이 사라지기를 기다리기보다 두려움 속에서도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을 해 보는 작은 선택들이 조금씩 내 삶의 방향을 만들어 갈 것이다.

다시, 아직 살아 보지 않은 나의 미래를 믿기로 했다.

그 믿음은 모든 일이 잘될 거라는 낙관도, 머지않아 원하는 모습에 반드시 도달하리라는 약속도 아니다. 지금의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살아가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직 경험하지 않은 삶을 지금의 불안과 후회만으로 판단하고 싶지 않다.

나는 앞으로도 선택을 망설이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후회하는 날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지금의 내가 완성된 사람이 아니듯 내 삶 역시 여전히 만들어지는 중이니까.




바카라을 덮고 한동안 멈춰 있던 온라인카지노를 열었다. 마음에 남은 문장을 따라 내 삶을 돌아보다 보니 다시 글을 쓰고 싶어졌다.

오늘도 나는 혼자 바카라을 읽지만, 혼자라는 이유로 모든 것이 멈춰 있는 것은 아니다. 바카라장을 넘기고, 문장에 마음을 내어 주고, 내 안에 머물던 생각을 글로 옮긴다.

아직 살아 보지 않은 삶이 남아 있다. 그 삶을 만나러 가는 마음으로, 나는 오늘 다시 한 편의 글을 쓴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