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3
그때는 몰랐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내 영혼의 가장 연한 살점 하나를 떼어
그의 마당가가장 깊은 그늘 밑에 묻어두는 일인 줄은
당신을 자주 떠올렸던 건
내 안의 빈자리가 자꾸만 덧났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에게 맡겨둔 내 조각이
낮은 목소리로 나를 불러대었기 때문입니다
뿌리 잃은 조각이 타향에서 견디는
미세한 진동이 내 혈관까지 전해져왔기 때문입니다
세월은 부지런히 눈을 뿌려
우리가 나누어 가졌던 이름들을 지우고
서로의 눈빛이 머물던 각도마저 깎아내겠지만
모든 것을 잊었다고 고개를 숙이는 먼 훗날에도
우리는 서로를 단번에 알아챌 것입니다
당신이 품어온 나의 서늘한 조각과
내게 남겨진 당신의 온기 어린 파편이
서로의 맞물린 톱니를 기억해내며
오래전 헤어진 그 자리에서
다시 하나의 무늬로 겹쳐질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