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9
여느 뒷산처럼
그 산에도 벚나무 한그루쯤 있었다
흔한 벚나무
굳이 그 산이 아니더라도
칭칭감긴 날이 풀리어
연한 바람에 나뭇가지 흔들면
저도 모르게 연분홍 꽃 틔우는 그런 벚나무
지난 겨울엔 어째선지
그 벚나무에 느닷없이 분홍 꽃이 달렸다
겨우 내 마른 가지들틈에
여린 꽃잎 다칠라
뒷산은 뭣도 모르고
지나가던 구름 붙잡아 하얀 눈 소복히 벚꽃위에 올렸다
시도 때도 모르는 벚꽃마냥 하얀 눈도 시도 때도 없이 그렇게 내렸다
하얀 눈송이가 연분홍 꽃잎 사이에 시리게 번졌다
이듬해 봄 벚나무는 꽃을 틔우지 않았다
봄볕아래 분주한 벌들만이 못내 아쉬워했다
다시 겨울이 온다
봄이 오면 또 벚나무는 꽃을 올릴까
벚나무는 저혼자 꽃피우는 법 잊진 않았는지
나만 뒷산에 올라 가만히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