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4
지난 날 네 살 박이 아이의 눈망울 속에는 길들여지지 않은 짐승 한 마리와 번쩍이는 금속의 함성이 살고 있었다. 경찰차가 되고 싶다던, 티라노사우르스가 되겠다던 그 당돌한 선언 앞에 우리는 철없는 축복을 세례처럼 퍼부어 주었다. 그것은 도달할 수 없는 영토이기에 안전했고, 이뤄질 리 없는 허구였기에 아름다웠던 까닭이다.
어느 결에 그 싱싱하던 눈빛들은 세상의 모서리에 깎이고 닳아 무채색이 되었을까. 경찰이 되겠다는 꿈은 비웃음을 살까 두려워 숨기고 경찰차가 되겠다던 꿈은 유년의 삽화로 박제되었다. 소년의 꿈이 푸석푸석해지는 것처럼, 될 수 있는 것과 되어야 하는 것 사이의 틈바구니에서 사람들은 제 속의 등불을 하나둘 꺼뜨리기 시작했다.
놀라운 일이다. 철갑을 두른 기계가 되겠다는 꿈은 허용되면서 제 발로 걷는 인간이 되겠다는 소망은 왜 검열당하는가. 이룰 수 없다고 단정 짓는 순간, 꿈은 생명력을 잃고 낡은 서랍 속의 퀴퀴한 먼지가 된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며 제 안의 소중한 것을 부정하는 마음의 그늘은 해질녘 골목길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보다 더 짙고 외롭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것을 철이 들었다고 가르친다.
철이라는 알수도 없는 막연함의 그림자에 기대어, 우리는 꿈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꿈을 발설할 용기를 압수당한 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장롱 깊숙한 곳, 풀 먹인 이불 호청 사이에 숨겨둔 빛바랜 사진처럼, 그 외로운 비밀들이 오늘도 누군가의 가슴속에서 소리 없이 울고 있다. 그것은 상실이 아니라, 차마 버리지 못한 가장 뜨거운 자아의 마지막 비명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