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보내는 시
한 살의 너는 잇몸 웃음을 방긋 웃어 보였고
두 살의 너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정성 들여 떼었고
세 살의 너는 저녁밥을 먹다 꾸벅 졸기도 했지
네 살의 너는 한 여름에 털 부츠를 신겠다 실랑이를 했고
다섯 살의 너는 종알종알 노래도 곧잘 했지
여섯 살에는 친구 때문에 속상해하기도 했고
일곱 살의 너는 어디든 데려가면 신나게 놀았고
여덟 살의 너는 긴장한 표정으로 첫 교실에 앉아 있었지
아홉 살에는 엄마 아빠 대신 친구들과 조잘대며 하교를 했네
열 살에는 반장 선거에 떨어지고서 다음에 또 나가겠다는 다부짐을
그리고 열한 살이 된 지금은 네가 추는 케이팝 댄스를 자꾸 봐달라 성화구나
참 많이 컸다고, 너무나 머나먼 옛날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엄마는 너의 웃음에서 한 살 적 잇몸 웃음을 웃던 그 표정을 보았어
그때 알았어
지나간 게 아니라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음을
너의 성장이, 너의 시간이, 그걸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겹겹이 얹어지고 또 얹어지고 있다는 걸
그래서 엄마는 네가 크는 게 마냥 아쉽지만은 않아
사랑스런 장면들로 가득해지는 기분이야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쌓아갈 우리 딸
엄마가 모두 기억하며 소중히 꺼내볼게
커가는 네 얼굴 뒤로 계속 겹쳐보며 또 얘기해 줄게
생일 축하한다
사랑하는 온유야
오늘로 저희 딸이 열한 살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올해는 생일 카드 대신 편지지에 이 시를 적어서 주려 합니다.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며 아이의 한 살 한 살이 떠올랐습니다. 그 나이에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그것들을 떠올리며 지었을 저의 표정이 문득 궁금합니다. 이 시를 받아 읽을 아이의 표정은 놓치지 말고 봐야겠습니다. 그 표정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을 것 같습니다.
'엄마'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엄마로 십 년을 살아봅니다. 아이 덕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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