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영광이 남은 자리

대전 엑스포

by클로드

조용하던 도시가 들썩인다

곳곳에 기대감으로 들뜬다

친구가 선물해 준 기념우표 속 광경이

텔레비전 화면에 펼쳐진다

동시에 우리 집 작은 창밖 하늘에 불꽃이 터진다


과학 엑스포, 꿈돌이, 한빛탑

테크노피아관은 줄이 너무 길어서

건물 둘레둘레로 사람이 가득하다고 한다

3D 안경을 써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내가 이 도시를 떠나 있는 동안

많은 것이 변한 듯 그대로인 듯 묘하게 남아있었다

엑스포를 휘둥그레 바라보던 아이는 이제

그때의 저만한 아이를 데리고 꿈돌이를 보여준다

알 리 없는 엑스포 얘기를 두어 문장으로 설명해주고 만다


수천, 수만, 아니 수천만이 다녀간 자리를 문득 보았지만

두어 사람 정도만 지나다닐 뿐이다

과거의 영광이라고 할까

지금도 자리를 굳건히 지킨다고 할까

어느 쪽도 쉽지가 않다


그래도 있어줘서 고마운 마음 들지만

시간이 흘러 이곳을 알던 사람이 더 줄어들 때면

그 쓸쓸함은 누가 알아주려나

내가 앞서 쓸쓸해한다




1993년 대전에서 과학 엑스포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앞을 지나가봅니다. 반가운데 그립고, 자랑스러운데 쓸쓸한 기분이 듭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한빛탑을 바라보는 마음도 이럴진대, 그보다 더 가까이서 빛나던 내 삶의 장면들은 앞으로 어떻게 보내주게 될까요? 세월이 지나간 자리를 바라본다는 게 이런 건가 하며 쓸쓸한 아름다움이라고 불러 봅니다.


작가님들께도 그런 곳이 있으신지요?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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