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는 이미 주어진 환경일까?

byOpellie

조직문화에 대한 어느 글을 봅니다. 조직문화란 '이렇게 해야 이 조직/기업에서 오래 생존하고 인정받는구나라고 암묵적으로 느끼는 무엇'이라는 말입니다. 이 문장을 보며 저는 약간의 딜레마를 만났습니다. 조직문화란 구성원의 참여를 통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관점과 구성원에게 조직문화란 이미 주어진 것이고 구성원은 그 주어진 것을 잘 파악하고 순응해야 할 대상이라는 관점의 충돌입니다.


기업의 채용 공고를 보면 우리 기업은 이런 조직문화에 적합한 사람을 원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전자의 경우 기업에서 조직문화는 구성원에게 주어진 것이고, 후자의 경우 기업에서 조직문화는 만들어가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조직에 들어온 구성원은 처음엔 관찰자에 가깝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분위기, 회의에서 발언이 오가는 방식, 누가 인정받고 누가 조용히 사라지는지, 어떤 행동이 칭찬을 받고 어떤 행동이 미묘한 눈치를 받는지. 이런 것들이 모여 ‘이 조직은 이렇게 돌아가는구나’라는 감각을 형성합니다. 이 감각은 구성원에게 생존 전략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자기 검열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직문화는 구성원에게 주어진 환경처럼 느껴지고, 그 안에서 적응해야 한다는 압박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구성원은 또 다른 사실을 깨닫습니다. 조직문화는 고정된 벽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행동과 선택이 쌓여 만들어지는 흐름이라는 점입니다. 누군가가 회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의견을 내고, 또 누군가는 기존의 관행에 질문을 던지고, 작은 실험들이 반복되면서 조직의 분위기는 조금씩 변합니다. 구성원은 단순히 문화의 수용자가 아니라, 그 문화를 매일 갱신하는 참여자이기도 합니다. 이때 조직문화는 ‘순응해야 하는 것’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것’으로 의미가 확장됩니다.


이제 '조직문화'라는 단어에 수식어 하나를 붙여 봅니다. '바람직한'이라는 수식어입니다. ‘바람직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순간, 조직문화는 단순히 존재하는 풍경이 아니라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 구성원은 더 복잡한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바람직하다는 기준은 누구의 시선에서 정의되는가, 나는 그 기준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기준은 정말로 우리에게 좋은 것인가와 같은 질문들입니다.


건강하려면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식사를 조절하고 규칙적으로 운동도 해야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조직문화는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갖고 싶다면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바람직한 조직문화가 위에서 선언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매일의 행동으로 조금씩 구현해 내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누군가는 정보를 더 투명하게 공유하고, 누군가는 실수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동료의 성장을 돕는 방식으로 일할 때, 그 행동들이 모여 조직이 말하는 ‘바람직함’이 실제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때 구성원은 단순한 수용자가 아니라, 바람직한 문화를 현실로 만드는 주체가 됩니다.


구성원에게 조직문화가 주어진 것으로만 존재한다면 조직문화는 있지만 '바람직한 조직문화'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구성원에게 바람직한 조직문화란 두 가지 경험이 겹쳐 있는 공간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규범을 읽어내고 그 안에서 나의 위치를 찾는 과정, 그리고 그 규범이 정말 바람직한지 질문하고 필요하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과정. 이 두 과정이 충돌할 때 우리는 딜레마를 느끼지만, 그 딜레마는 조직문화가 살아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조직이 그 신호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하여 구성원과 연결되는가입니다


우리는 종종 「조직문화란 무엇인가?」를 묻곤 합니다. 구성원에게 바람직한 조직문화란 두 가지 경험이 겹쳐 있는 공간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규범을 읽어내고 그 안에서 나의 위치를 찾는 경험과 그 규범이 정말 바람직한지 질문하고 필요하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 보려는 경험입니다. 그 경험을 통해 구성원은 조직과 조직문화를 인식하고 행동을 결정하게 됩니다.



결국 조직문화, 바람직한 조직문화는 어느 한쪽의 관점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습니다. 조직문화는 주어진 규범을 읽어내며 적응해야 하는 현실과, 그 규범을 다시 쓰고 확장해갈 수 있는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단어입니다. 구성원은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때로는 질문하고, 때로는 참여하며 조직과 함께 성장합니다. 그래서 조직문화는 완성된 단어가 아니라, 구성원 각자가 매일 한 줄씩 보태는 미완의 문서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조직문화라는 단어가 우리들에게 건네는 메시지는 이렇게 표현해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이 조직의 바람직함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며,
어떤 모습으로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한 각자의 답이 모일 때, 비로소 조직문화는 선언이 아니라 실제로 다가올 수 있을 겁니다. 단순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만들어가는 조직문화 말이죠.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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