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해를
당신과 나란히 걸었다
어떤 날은 볕이 좋았고
어떤 날은 같은 하늘 아래서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마음이 앞서 상처를 주고
미안하다는 말 대신
먼저 끓인 국을 식탁에 놓던 날들
그렇게 우리는
몇 번의 계절을 건너
서로의 생활이 되었다
젊은 날의 얼굴은
사진 속에 남겨 두고
우리 곁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느새 세상을 향해 걸어간다
이제 당신에게 건네는 말은
밥은 먹었느냐는 물음과
어디 불편한 데는 없느냐는
걱정으로 채워졌다
잠든 줄 알았던 밤에도
당신의 뒤척임에 눈을 뜨고
다시 잠잠해진 숨소리를 들으며
그제야 나도 조용히 눈을 감는다
사랑이란
오래 바라보는 일보다
오래 곁에 머무는 일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면
다정하지 못했던 순간도
끝내 풀지 못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 모든 날을 지나
여전히 당신의 안부가 궁금하고
당신이 돌아올 자리를 남겨두는 게
나의 일상이 되었다.
우리, 앞으로의 계절에는
서로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기를
익숙한 얼굴 속에서도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기를
언젠가 걸음이 더 느려지고
함께 나누는 말이 줄어들어도
서로의 곁을 알아볼 수 있기를
스물여섯 해를 살아온 당신과 나
오래 함께한 나무들이
서로의 그늘을 나누듯
우리도 그렇게 천천히 늙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