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떴는데
일어나기가 싫고,
겨우 일어났는데
씻는 것도 귀찮고,
씻고 나왔는데
밥 한 술 입에 넣는 것조차 싫은 날.
그래서 다시 침대에 누웠다.
가만히 천장만 바라보다
또 눈이 감겼다.
얼마나 잤을까.
다시 눈을 뜨니
어느새 점심 나절이다.
배가 조금 출출한 것 같아
우유 한 잔을 꺼내고
빵 한 조각에 딸기잼을
쓱쓱 발랐다.
맛있어서 먹는 것도 아니다.
그저 배를 채우려고
입안에 대충 구겨 넣었다.
그리고는 또 소파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설거지도, 빨래도, 청소도
오늘은 그 무엇 하나
손가락 까딱하기가 싫다.
창밖의 해는
나와 상관없이 조금씩 기울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또 하루가 저물어 간다.
그래,
가끔은 이런 날도 있는 거겠지.
하루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내 삶이 게을러지는 것은 아니니까.
오늘은 그냥
저녁이 오는 것을 바라보며
가만히 있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