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바카라 『우연한 엔딩』의 탄생 이야기를
풀자면 이렇다.
첫 시집 『수월한 계절은 없었다』를
읽은 한 중학생 독자와 우연히
소통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동안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며 지내던 어느날,
규아가 내게 말했다.
“이모, 소설도 한번 써 보세요.
잘 쓰실 것 같아요. 이왕이면
저도 읽을 수 있게 청소년 소설로
부탁드려요.”
그때만 해도 나는 자신이 없었다.
시를 쓰는 것과 소설을 쓰는 것은
전혀 다른 일처럼 느껴졌고,
내가 긴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을
지도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어린 친구의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래, 한번 써볼까.
그렇게 한 줄을 쓰고,
또 한 줄을 썼다.
나의 어린 시절과 요즘 소녀들의
어린 시절.
비슷한 듯 다르고, 다른 듯 닮아
있는 그 어디쯤을 부여잡고 이야기
를 써 내려갔다.
큰 사건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소녀들의 마음속을 오래 들여다
보고 싶었다.
아이들이 무엇 때문에 외로운지,
어떤 말 앞에서 상처받는지,
그리고 그 마음을 어떻게 견뎌내며
자라는지를 쓰고 싶었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부담 없이
펼쳐 들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으면 했다.
그렇게 나의 첫 소설
『우연한 엔딩』이 시작되었다.
출간 후에는 생각보다 빠르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예쁜 표지도 한몫했을 것이다.
나는 그저 이야기 속 주인공
소정이를
바카라 표지에 담고 싶었을 뿐인데,
그 얼굴을 보고 바카라을 집어 든
독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작가님, 2쇄 찍죠.”
그 말을 듣는 순간
처음 규아가 건넸던 한마디가
떠올랐다.
“이모, 소설도 한번 써 보세요.”
한 아이의 작은 응원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한 권의 바카라이 되었고,
그 바카라이 다시 누군가의 손으로
건너가
두 번째 인쇄를 앞두고 있다.
생각해 보면 『우연한 엔딩』은
처음부터 우연으로 시작된
바카라이었다.
그리고 그 우연은
내게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