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거리는 발가락이 인정한 행복감
영어 ‘So-so’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미지근한 평가, 일본어 'そうそう(소-소-)'는 반가운 맞장구.
그런데 우리말 '소소'는 '작아서 오히려 사랑스러운 행복'. 같은 소리가 세 나라에서 이렇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으니, 소소함의 온도는 결국 말이 아니라 그 말을 쓰는 마음에 달린 게 아닐까.
공휴일 이른 아침,
아내와 딸이 외출했다.
오랜만에 홀로
감상하는 성악곡이다.
눈물샘 자극하는
〈가고파〉 한 곡.
마치,
내 고향 이야기 같다.
부산 갈매기의.
그리움이라는 녀석, 내 감정선을
이리저리 꼬아 실타래로 만들지만
그래도 좋다.
새벽에 제대로 챙기지 못한 아침,
이제라도 든든히 채우며
나만의 하루를 시작하자.
커피를 정성스레 내린 후
마시기 좋게 온도를 맞추니,
토스트 한쪽이 딱 알맞게 구워졌다.
더도 덜도 말고
요만큼 배를 채우니
몸도 마음도 가뿐하다.
보배단지 화분에서
새잎 하나를 발견하고 물을 준 후,
서랍장을 여니 단번에 손에 잡히는
내 사랑 흰 티셔츠 한 장.
산바카라을 나와
단골 카페로 가는 길.
사거리에 서자마자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고,
카페에 들어서니
내가 좋아하는 창가 테이블이 빈다.
반갑게 인사하는 종업원이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건넨 박하향 초콜릿 한 조각.
집으로 돌아가는 길
커피와 박하향이 입안 가득 솔솔.
과일가게 총각이
뭔가를 손에 쥔 채
손을 흔들며 나를 부른다.
다가가니
조그마한 복숭아 한 알.
결국,
내가 먹고 싶은 사과 한 봉지,
아내와 딸이 좋아하는 오렌지 한 봉지.
기분 좋게
가게 문을 나서는 내 손에
다시 다가온 다정함, 땅콩 한 줌.
그런데 참 이상하다.
과일가게 문을 나설 땐
왜 이리 마음이 상큼해질까.
산바카라을 마치고 돌아와
소파에 풀썩 몸을 눕힌다.
축 늘어져 발가락만 꼼지락거리는데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이 시간이 좋다.
왜 별것 아닌 일인데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편안한 느낌이 드는 걸까.
그래,
오늘 행복은
이만하면 충전 끝.
오후부터는
좋은 일이 더 있을 것만 같으니까.
그래도
다음엔 부디 눈물 없이
〈가고파〉를 들을 수 있기를.
정말,
가고픈 시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