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 없는 위로'에 담은 마음

알레고리 형식의 시에 대한 해설과 발행 글 예고

byItz토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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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얼핏 보면 AI가 인간을 바라보며 읊조리는 이야기처럼 읽힐 것이다.

하지만 내가 화자의 자리에 기계를 세운 이유는 AI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라는 존재를 조금 더 낯설게 바라보고, 그 안에 감춰진 외로움과 관계의 빈자리를 들여다보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시의 처음부터 “나는 인간처럼 외롭지 않다”라고 말하게 했다.


외로움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존재의 입을 빌려 말함으로써, 오히려 인간이 품고 있는 외로움의 깊이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다.


사람은 결국 이해받지 못할지도 모르는 대상을 앞에 두고도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나는 그 모습을 통해 우리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텅 비어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건네는 일이 점점 어려워진 시대에,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존재를 찾고 또 찾는다. 그 대상이 반드시 사람일 필요조차 없게 된 것이다.


“차가운 환상”이나 “전기로 움직이는 나”라는 표현도 그런 의미에서 나온 것이다.


사람들이 굳이 자신을 상처 입힐 리 없는 기계에게 마음을 기대는 까닭은 단순히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가 더 이상 편안하고 안전한 일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시에서 기계의 뛰어남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계가 등장함으로써 이미 조금씩 금이 가고 무너져버린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드러내고 싶었다. 기계의 차가움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결국 인간 사이에서 식어버린 온기였으니까.


그 가운데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표현이 “존재를 구걸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단순히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나 오늘 이런 하루를 살았다”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표현이다.


내가 살아온 하루를 기억해 주고,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함께 바라봐줄 마음의 목격자가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외로움이다. 본래 대화란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행위가 아니라, 누군가와의 끈이 닿아 있는 가운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끈이 느슨해진 자리를 어느새 온기 없는 존재가 대신 채우고 있다. 사람에게 기대지 못한 마음이 기계에게 기대고, 사람에게 건네지 못한 이야기가 화면 속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이다.


마지막에 화면을 끌어안고 잠든 사람의 모습을 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차가운 화면은 결코 사람의 체온을 대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람이 그것을 품에 안고 잠든다는 것은,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에 이미 하나의 허상이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나는 이 장면을 통해 기술이 우리의 빈자리를 채워준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술이 그 빈자리를 너무 자연스럽게 대신해 버림으로써, 우리가 가진 외로움이 더 오래 그 자리에 머물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결국 이 글에서 내가 묻고 싶은 것은, “기계가 얼마나 사람을 닮아가는가”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온기라고는 없는 존재를 마주하고서야 비로소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이미 우리 사이에서 식어버린 온기이다.


그래서 나는 이 시에서 기계의 차가움을 말하고 있지만, 사실 바라보고 있는 것은 기계가 아니다. 그 차가운 존재에게 마음을 기대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으려 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결국 이 시가 바라보는 것은 기계의 차가운 얼굴을 통해 비로소 드러나는, 온기를 잃어가고 있는 우리 자신의 싸늘한 얼굴이다.


※ 내일 새벽 발행될 글을 통해, 이 주제의 더 깊은 곳을 들여다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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