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잃고서야 알게 된 것들
어느 날 갑자기 세상 사람들이 나라는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이른 아침 눈을 뜨는 순간, 나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하루가 시작되는데 내가 알던 사람들은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매일 들르던 슈퍼마켓 아주머니도, 카페의 바리스타도 나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한다. 심지어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마저 “누구세요?”라고 묻는다.
마치 순간이동으로 전혀 다른 세계에 던져진 듯한 아득함.
과연 그 순간의 나는 어떤 기분일까?
다행히 이것은 영화 속 상상일 뿐이다.
하지만 그 장면 뒤에는 오래된 철학적 질문이 숨어 있다.
“나를 나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타인의 기억과 인정에 기대어 만든 정체성은 매력적이지만 취약하다.
한때 나는 사람들에게 ‘교수님’으로 불렸다. 그 호칭에는 오랜 경력과 슬롯적 인정이 함께 따라왔다. 누군가 나를 ‘교수님’이라고 부르는 순간, 나는 자연스럽게 내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이름 안에는 내가 살아온 시간과 성취가 함께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퇴하고 야간 청소 일을 하면서 그 호칭이 사라졌다.
어느 순간 나는 ‘교수님’이 아니라 그저 ‘아저씨’로 불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 두 호칭 사이의 간극이 크게 느껴졌다. ‘교수님’이라는 말에는 존중과 경력이 따라붙었지만, ‘아저씨’라는 말에는 나를 설명해 줄 아무런 이력도 담겨 있지 않았다. 오랫동안 쌓아온 이름과 경력이 한순간에 무색해진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내가 잃어버린 것은 나 자신이 아니라 나를 설명해 주던 하나의 호칭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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