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인지와 방향을 잃은 인생에 대한 비유
빗각(BitGak) 05
길 잃음
도쿄 여행 중, 지하철 환승을 잘못하는 바람에 완전히 길을 잃은 적이 있다.
물론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런 우왕좌왕마저 여행의 묘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날은 혼자가 아니었기에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어떻게 그곳에 도착했는지도,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아득한 조난이었다. 다급히 켠 지도 앱은 두 정거장만 되돌아가면 원래 타려던 노선으로 다시 합류할 수 있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세상이 정해 놓은 평평한 직선의 궤도로 복귀하려는, 너무도 당연한 안내였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전동차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혀 다른 곳으로 나를 데려가며, 목적지에서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
답이 없었다. 결국 또 한 번의 착오 끝에 맨 처음 잘못 내렸던 환승역으로 겨우 돌아와 차분히 역무원에게 물어야 했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려는 중이며,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고 보니 내가 찾아야 할 환승 승강장은 방향은 같았지만, 전혀 다른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역 이름과 방향만 믿고 무심코 선택한 결과치고는 너무나 황당한 일이었다. 결국 한 시간이라는 길 위의 시간을 헤맨 끝에야, 비로소 원래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낯선 도시에 도착하면 몸이 가장 먼저 지도와 등 뒤에 남겨 두고 온 방향을 찾는 이유를, 그제야 뼈아프게 실감했다. 우리는 언제나 그 둘을 견주며 안전한 걸음을 내딛는다.
그러나 도쿄의 낯설고도 복잡한 노선과 지하철역처럼, 어느 연결 통로 하나를 잘못 선택하는 순간 지도 위의 점과 발밑의 거리는 허망하게 어긋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사소한 오차였던 것이 몇 걸음 지나지 않아 완전한 미아 상태로 부풀어 오른다. 정면을 향해 똑바로 뻗어 있던 공간 인지란 그렇게 연약하다. 아주 작은 균열 하나만으로도 통째로 무너진다.
그런데 조금만 시선을 돌려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방향 감각이라는 것 자체가 순전히 지도의 정밀함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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