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의 가면을 벗고 만나는 민낯의 자화상
빗각(BitGak) 06
낙서
"바카라에다 이기 뭐꼬?"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돌이 날아와 머리를 때린 것 같은 고통이 일었다. 선생님의 지시봉이었다.
나에게 교과서의 여백은 곧 그림판이었다. 조금만 빈 공간이 있으면 아톰, 황금박쥐, 슈퍼맨, 미키마우스가 하나둘 자리를 잡았다. 한글도 만화바카라을 보며 배웠으니 웬만한 만화 주인공은 줄줄이 그릴 수 있었다.
문제는 수업 시간이었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 생긴 시간의 빈틈은, 어느새 교과서의 빈칸을 채우는 그림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억울했다. 선생님은 왜 교과서에다 낙서를 하냐고 야단치셨지만, 나는 낙서를 한 것이 아니라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선생님의 타박은 한결같았다.
"바카라에다 낙서 좀 그만하거라. 이게 도화진 줄 아나."
그때는 몰랐다.
그 무수한 낙서들이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내 마음이 밖으로 흘러나온 흔적이었다는 것을.
사람들은 누구나 낙서를 한다.
회의 중 펜을 만지작거리며 그린 동그라미, 전화를 받으며 이어 나가는 네모와 삼각형, 무심코 종이를 채우는 선들. 특별한 의도도 없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린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낙서는 흔히 의미 없는 행동으로 여겨진다. 그저 심심해서 하는 일쯤으로 말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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