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의 심연: 외향적으로 설계된 세상에서 내향인이 자신을 잃지 않는 법
"내향성의 재발견" 다섯 번째 이야기
배낭여행으로 떠났던 인도네시아 발리의 거대한 절벽 아래, '울루와뚜'라는 해변이 있습니다.
저는 바닷가에서 자란 탓에 바다를 유독 좋아합니다.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을 감싸는 안도감, 감히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힘든 거대한 품 같은 아늑함.
아마 지금쯤 그곳에는 수많은 서퍼들이 파도를 타기 위해 모여들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단순히 파도 위에 몸을 싣고 속도를 즐기는 이들이 아닙니다. 그들과 함께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삶을 대하는 깊은 태도를 나직이 배울 수 있습니다.
새벽녘, 아직 해가 완전히 떠오르지 않은 어스름한 바다 앞에 모여 각자의 보드를 세우고, 모두가 고요한 수평선을 바라보며 오늘의 파도를 기다립니다. 마치 장중한 의식이 시작되는 것처럼.
그들 중에는 저처럼 잠시 배낭을 메고 짧게 스쳐 가는 여행자도 있고, 오랫동안 바다에 깃들어 살아가는 이들도 있으며, 삶의 방향을 잠시 내려놓고 머무는 이들도 있습니다. 국적도 직업도 모두 다르지만, 그들이 공유하는 단 하나의 태도가 있습니다.
바로 ‘파도를 읽고 기다리는 법’입니다.
좋은 파도가 오면 함께 바다로 나아가고, 그 순간만큼은 치열한 경쟁조차 자연스러운 리듬이 됩니다. 파도를 향해 약속이라도 한 듯 한 사람, 두 사람 바다를 향해 달려갑니다. 그렇게 파도에 몸을 던지는 순간, 환호와 함께 경쾌한 하루가 드디어 시작됩니다.
그렇게 해변으로 돌아와, 다시 파도를 기다리고, 또 바다로 달려갑니다. 해가 저물면 다시 해변에 모여 앉아 오늘의 파도와 내일의 기대를 나눕니다. 누구의 잔이 비었는지에만 조용히 눈길을 줄 뿐, 누가 파도를 더 잘 탔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같은 하루를 보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시간은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집중과 고유한 호흡이 흐릅니다.
파도와 보드가 어우러지는 그곳에는 기다림과 몰입이 하나로 엮여 흐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우리가 날마다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오늘의 일터를 바라볼까요.
외향적으로 설계된 세상이라는 해수면은 이처럼 고요한 기다림의 리듬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이곳의 파도는 한순간도 쉬지 않고 요란하게 요동치며, 우리에게 끊임없는 속도와 활기, 그리고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합니다.
회의실은 목소리가 빠르고 날렵한 이들에게만 유리한 파도를 내어주고, 발표는 수면 위에서 자신감 있게 균형을 잡는 이들의 무대가 됩니다. 처음 만난 사람과 쉽게 어울리는 사교성이 표준이 되고, 카리스마라는 이름의 거친 바람을 일으키는 이들이 리더로 추대됩니다.
이 요란한 물보라 속에서, 깊은 바다를 품은 이들은 종종 길을 잃습니다. 회의실에서 선뜻 입을 열지 못하고, 발표 전날 밤을 불안으로 지새우며, 네트워킹이라는 이름의 요란한 파티가 끝나면 껍데기만 남은 듯 에너지가 방전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이것이 과연 내향인의 능력 부족 때문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세상이 해수면의 법칙으로만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차이를 분명히 인지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내향인이 거친 파도 속에서도 자신만의 고유한 깊이를 지켜내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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