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황홀경이 선사하는 일시적 망각
중국 소수민족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소수민족촌에 들렀을 때의 일입니다.
묘족의 전통춤을 보고 있는데, 무희들 가운데 정말 ‘내 스타일(?)’의 미인이 춤을 추고 있더군요.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나를 단숨에 황홀경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며 그 무대의 공기와 분위기를 카메라에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세상에!" 내가 넋을 잃고 바라보던 그녀가 나에게 다가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러더니 손을 내밀며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합니다. 맞잡은 그녀의 손은 구름처럼 부드러웠고, 가까이서 마주한 그 미소는 내 심장을 그대로 녹여버렸습니다. 기절 안 한 게 다행이었죠.
그런데 오늘 그 순간의 황홀함을 글로 옮기려다 무심코 놀란 가슴.
“내가 방금 뭘 쓰려다 이 기억에 사로잡혔지?”
아주 제대로 정신이 나가버렸답니다.
그날처럼. "뭐야, 이거!"
지금 생각해도 가슴을 망치로 ‘쾅’ 하고 때린 듯한 전율이 일 정도니, 참 대단한 미인이긴 했나 봅니다. 남자라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죠. 그런데 우리는 왜 '과거의 황홀감'에 이토록 쉽게 현실을 내어주는 것일까요?
이미 20년 이상 세월이 흘렀는데.
제가 조금 이상한 걸까요?
나이가 드니 노망끼가...? 그 정도는 아니지요.
변호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자칫하다간 정말 노인네 '미녀 버퍼링'끼만 들통날 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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