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마치면 일지를 쓴다.
그날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무엇을 보았고 무엇이 남았는지 적는다.
그날의 일지도 그렇게 썼다.
다 쓰고 나면 하루의 일이 끝난다.
나는 가방을 챙기고, 불을 끄고, 상담실을 나온다.
집에 오면 저녁을 준비한다.
아이들이 먹을 것을 차린다.
뭘 잘 먹고 뭘 남기는지 아니까, 그에 맞춰 차린다.
아이들이 먹는 동안 나도 간단히 먹는다.
대단한 저녁은 아니다.
그냥 있는 것들로, 배가 고프니까 먹는다.
남편이 돌아오면 맞는다.
오늘 어땠는지 몇 마디 나눈다.
별일 없었으면 별일 없었다고 하고, 뭔가 있었으면 그 얘기를 조금 한다.
아이들을 씻긴다.
물장난을 치고, 수건으로 감싸고, 잠옷을 입힌다.
재운다.
아이들이 잠들면 집이 조용해진다.
그리고 일이 있는 날은, 나는 다시 일어난다.
바카라상에 앉아 논문을 쓰거나, 글을 쓴다.
지금 이 글도 그렇게 쓰고 있다.
다들 잠든 밤에, 나 혼자 깨어 한 문장씩.
쓰다가 막히면 창밖을 본다.
늦은 밤의 창밖은 어둡고, 가끔 불빛 몇 개가 켜져 있다.
그러다 졸리면 자러 간다
.
내일도 비슷한 하루가 올 것이다.
상담을 하고, 일지를 쓰고, 저녁을 차리고, 아이들을 재우고, 밤에 글을 쓰는.
특별할 것 없는 하루다.
나는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한 사람이다.
이런 나 같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어딘가에서 각자의 하루를 살아내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