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부러진 앞니치료를 마치고 소원이던 햄버거 한입 크게 베어 먹었어요
지난 2월 17일, 쌍둥이 손자와 강원도 고성으로 떠났다. 그날은 설날 당일이었는데, 쌍둥이 아빠 작은아들이 호텔 예약을 했다며 2박 3일로 여행을 가자고 해서 계획에 없던 길을 나서게 되었다. 설날 연휴에는 별다른 계획 없이 집에서 떡국이나 먹고 TV를 보며 조용히 지내려던 참이었기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 여행이 훨씬 더 설레었다. 게다가 숙소에서 설악산 울산바위가 보인다는 소식에 웬 횡재인가 싶어 마음은 이미 고성에 가 있었다.
쌍둥이 손자와 하는 여행은 늘 즐겁다. 명절 연휴라서 길이 막혔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휴게소에서 잠시 쉬며 간단하게 점심 먹고 다시 출발했다. 서울양양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터널이 끊임없이 나온다. 가장 긴 터널은 길이가 무려 11km에 달하는 인제양양터널이다. 터널을 지날 때마다 언제 끝이 나올까 궁금해하며 기다리다가, 마침내 터널 밖으로 '짠' 하고 나가면 손주들과 환호성을 지르곤 했다.
마침내 속초에 도착했다. 속초에 왔으니 먼저 겨울 바다부터 보자 하여 근처 봉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겨울 바닷가라 그런지 찾아온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했다. 맑은 날씨 덕에 파란 하늘과 탁 트인 푸른 바다, 그리고 방파제 끝에 솟은 빨간 등대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졌다. 손주들과 함께 사진을 남기고 독사진도 찍으며 겨울 바다의 운치를 마음껏 만끽했다. 정말이지 여기까지는 모든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고 좋았다.
사고는 순간, 치료는 8개월
겨울 바다에 흠뻑 빠져 있다가 고성의 숙소로 가는 길에 속초에 오면 꼭 먹는 닭강정을 사려고 속초관광수산시장에 들렀다. 설 연휴라 그런지 시장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주차장에 들어가는 차 줄마저 길게 늘어서 있어 급한 마음에 남편과 둘이 먼저 내려 닭강정을 사 오기로 했다.
닭강정 상자를 들고 주차장에서 아들의 차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던 아들의 차가 내려오는 모습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그쪽으로 돌아서는 순간, 몸이 마치 세워둔 통나무가 '툭!'하고 넘어지듯 주차장 바닥에 '철퍼덕!'하고 고꾸라지고 말았다. 발밑에 있던 주차 방지턱(카스토퍼)을 미처 보지 못한 탓이었다.
넘어지면서 앞니가 부러지고 얼굴 타박상으로 입에서도 얼굴에서도 피가 많이 났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고 얼굴 턱뼈가 골절되지 않은 것이 기적 같다. 결국 119구급차로 속초에서 원주 기독병원까지 이송되었다. 생애 처음으로 119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가게 된 거다. 이번 사고로 앞니 하나가 부러지고 옆에 있는 이 두 개가 흔들려서 설날 연휴가 끝나고 치아 치료가 시작되었다.
치과에서 부러진 이와 흔들리던 이를 포함해 앞니 세 개를 발치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 임플란트 시술 덕분에 내 이처럼 다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병원에서는 양쪽 치아 두 개는 임플란트로 심고, 가운데 이는 잇몸에 걸어서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3개월에서 5개월 정도면 치료가 끝날 거라고 했다.
하지만 막상 치료해 보니 잇몸뼈가 약해 뼈 보강을 먼저 해야 했다. 결국 임플란트를 하나 심고 뼈가 단단해지기를 기다린 뒤에 나머지 하나를 심어야 해서, 생각보다 치료 기간이 더 길어지게 되었다. 그래도 6개월이면 끝날 줄 알았다.
치아 치료하는 동안은 치과에서 만들어 준 임시 치아를 끼고 지냈다. 임시 치아를 계속 끼고 있으면 잇몸에 무리가 간다고 해서, 초등학교로 전통 놀이 수업을 나갈 때만 끼고 다른 외출을 할 때는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물론 집에서는 빼고 생활했다. 임시 치아를 끼면 말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고 어눌해져서, 이야기할 때마다 늘 또박또박 말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 불편한 점이 많았다.
치과 치료는 생각보다 돈이 참 많이 들어간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번에 치아 치료를 받으며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주는 혜택을 제대로 받았다. 만 65세 이상은 평생 두 개까지 임플란트를 심을 때 전체 급여 비용의 30% 정도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그동안 임플란트 시술을 받지 않아서 가능했다. 이번 사고로 실비 보험에서도 사고로 다친 치아는 급여 부분은 보상받을 수 있음도 알았다. 덕분에 도움이 되었다.
치아 치료 끝나고 남편이 데려간 곳
치과 치료는 잇몸에 뼈 이식을 하고 뼈가 단단해지기를 기다렸다가 임플란트 기둥을 세우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시간이 자꾸 흘러갔다. 앞니가 없으니 식사할 때 정말 불편했다. 대부분의 음식은 작게 잘라서 입 안에 쏙 넣어서 먹어야 했다. 햄버거를 한 입 크게 베어 먹는 것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치아 치료가 끝나면 햄버거 한 잎 크게 베어 먹고, 상추쌈도 크게 싸서 먹고 싶었다.
불편함 속에서도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갔다. 지난 2월 말 시작된 치아 치료는 봄을 거치고 유난히 더웠던 여름을 지나, 가을이 한창 익어가는 10월 중순이 되어서야 겨우 마무리가 되었다. 고스란히 세 계절이 흘러간 것이다.
지난주, 드디어 새 치아를 본으로 떠서 완전하게 고정했고 8개월 동안 함께했던 임시 치아와도 안녕을 고했다. 막상 치료는 다 끝났지만, 여전히 앞니로 음식을 잘라먹는 것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8개월 동안 앞니를 아예 쓰지 않다 보니 그새 몸에 밴 습관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습관이 참 무섭다는 걸 새삼 느낀다. 하지만 이 또한 시간이 해결해 주어, 머지않아 앞니로 편하게 음식을 잘라먹을 날이 올 거로 생각한다.
"유 선생님, 아무래도 점심 사셔야겠어요."
전통 놀이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선생님 한 분이 내 앞에 오셔서 말씀하셨다. 순간 내가 축하받을 일이 있는가 생각해 보아도 요즘 그런 일은 없었다. 내가 무슨 일인가 싶어 쳐다보자 선생님께서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유 선생님, 치아가 아주 예쁘게 되었네요. 고생한 보람이 있으십니다."
"저는 무슨 일인가 했어요. 감사합니다. 다행히 치아가 예쁘게 잘 만들어진 것 같아서 저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옆에 계신 다른 분들도 치아가 예쁘게 잘 되었다며, 치아 치료하고 더 예뻐졌다고 기분 좋은 덕담을 해주셨다. 선생님들의 덕담으로 힘들었던 8개월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말 한마디의 힘이 이리 크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치아가 예쁘게 잘 되었다는 소리에 입 크게 벌리고 자꾸 환하게 웃고 싶어진다. 기회 만들어 전통 놀이 선생님들께 식사든 차든 한번 대접해야지 생각했다.
전통 놀이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려는데 남편이 전화로 사거리 햄버거집 앞에서 만나 점심 먹자고 했다.
"오늘 점심은 햄버거 어때요? 당신이 치아 치료 끝나면 햄버거 한 입 크게 베어 먹고 싶다고 했잖아."
"그거 기억하고 있었어요. 좋아요. 치아 치료 끝난 기념으로 오늘 점심은 햄버거로 해요."
그렇게 우린 햄버거 두 개와 제로 콜라를 주문해서 기분 좋게 먹었다. 햄버거 한 입 크게 베어 먹는 일이 이리 행복할 줄 몰랐다. 햄버거 한 입 크게 베어 먹는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건강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이다. 이런 평범한 일상이 소중하고 이리 행복하다는 걸 새삼 또 느낀다.
사고로 앞니 없이 지낸 8개월은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나 자신을 조용히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라는 마음으로 덜렁거리지 말고 매사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또한 마음은 청춘이지만 몸은 예전 같지 않음을 늘 기억하고 자만하지 말아야겠다. 노인 사고 중 낙상 사고가 많고, 특히 겨울에 더 많이 발생한다니 더욱 주의해야겠다. 이번 사고로 깨달은 것은 사고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조심하면 막을 수 있는 사고도 분명 있을 것이다. 순간의 사고에 비해 치료는 참 오래 걸린다는 것을 깊이 체감했으니, 매사에 주변을 잘 살피며 조심조심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