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막혀도 짜증 나지 않는 여행길

쌍둥이손자와 이천 나들이..쌀밥집, 황금 들판, 롯데타워 등 행운이 가득

by유미래

"어머니, 이번 주 토요일에 둥이와 전국 투어로 이천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가실래요? 2시간이면 가고 이천쌀밥집에서 점심 먹고 오려고 해요."

"우리야 좋지. 추석 연휴에도 집에만 있어서 아버지와 이번 개천절 연휴에 뭐 할까 고민하고 있었거든."


지난 2월, 설날에 쌍둥이 손자네와 강원도 고성에 여행 갔다가 내가 주차장에서 주차 블록에 걸려 넘어지면서 119구급차에 실려 속초에서 원주까지 이송되었다. 그 사고로 여행 가는 것이 트라우마로 남아서 사실 올해는 여행을 거의 가지 못했다. 지금은 그때 부러진 치아 치료도 거의 끝나가고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도 옅어졌기에 이번 여행이 그리 걱정되지 않았다.


토요일이 개천절로 공휴일이라서 주말에 출근하는 며느리도 쉬어서 여섯 명이 출발하였다. 쌍둥이 손자는 작년부터 아빠가 주말에 시간 있을 때 전국 투어 프로젝트로 한 도시씩 방문하고 있다. 가끔 나도 동행한다. 쌍둥이 손자가 인천에 살고 있어서 가까운 경기도의 도시부터 시작했는데 고양, 포천, 동두천, 수원 등 벌써 열 개가 넘는 도시를 방문했다. 최근에 방문한 도시가 여주였다.


전철(지하철) 타는 것을 좋아하는 쌍둥이 손자를 위해 승용차로 그 도시에 있는 전철역에 가서 주차하고 전철을 타고 몇 개의 역에 다녀오며 인증 사진을 찍는다. 맛집에서 점심 먹고 그 지역의 명소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일정이다. 다녀온 도시는 우리나라 지도에 표시해 둔다.


여행 중 우연히 만나는 행운


오랜만에 하는 나들이로 정말 설렜다. 그것도 쌍둥이 손자와 같이 가는 거라서 더 좋았다. 추석 연휴가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황금연휴라서 길이 많이 막혔다. 평소라면 막히는 길에 짜증이 났겠지만, 손자들과 함께하는 나들이라 막히는 길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우리는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로 남양주를 통과해서 이천에 가는 길이라 몇 개의 터널을 지났다. 터널이 나타나자 손자들이 '사패산 터널, 불암산 터널' 등 나도 모르는 터널 이름을 잘도 안다. 여행 갈 때 이 길을 자주 이용했다고 한다. 포천쯤이었을까 갑자기 연우가 큰 소리로 외쳤다.


"롯데 타워 보여요!"


우리는 모두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산 뒤로 정말 롯데 타워가 보였다. 이렇게 손자들은 여행 가는 길에 롯데 타워가 보이는지 늘 살피는데 롯데 타워가 여행 가는 길 곳곳에서 관찰되어 우리나라 제일 높은 건물임이 실감되었다. 그때부터 손자들이 신났다. 롯데 타워가 산에 가려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를 반복했다. 어느 순간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나타나 달리는 차 안에서 사진을 찍었다. 다행히도 롯데 타워가 잘 찍혀서 손자들에게 보여주니 손자들이 좋아했다.


여행 중에 만난 행운, 롯데타워, 황금 들녘, 꽃 화분(칸나와 미니 백일홍)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나는 풍경이 행운처럼 다가온다. 이번 여행에서 마주한 롯데 타워도, 황금 들녘의 누렇게 익은 벼도, 지하철역 광장에 화분에 심어진 예쁜 식물도 모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행운이다.


손자들이 아직 어리지만 여행지에서 만나는 멋진 풍경들을 마음에 담아 마음이 넓은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나도 도시에 살고 있고 요즘 외곽으로 나들이를 하지 않아서 논을 잘 보지 못했다. 올가을에 처음 만나는 황금 들녘을 보면서 풍년이 든 것 같아 마음마저 풍요로워졌다. 손자들에게 벼가 누렇게 익어서 곧 추수할 것 같다고 설명해 주며 오늘 나들이가 나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었다.


3시간 30분 걸려 도착한 이천쌀밥집


평소라면 이천은 두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도시인데 연휴라서 길이 많이 밀렸다. 이천에 온 이유가 쌀밥집에서 점심 먹고 손자들에게 경강선 지하철을 태워주고 시간이 되면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장을 방문하는 것이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며느리가 검색한 별점 많은 쌀밥집에 도착했다.


'이천'하면 임금님표 이천 쌀이 생각난다. 그래서인지 쌀밥집이 많다. 쌀밥집에는 대기자가 많아서 며느리 말로는 20분 정도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주위를 둘러보며 기다렸다. 멀리 보이는 황금 논이 마음을 여유롭게 해 주었다. 올여름에는 태풍이 거의 없어서 논농사가 잘 되었겠다고 생각했다.


이천쌀밥집에서 먹은 점심

손자들도 배가 고픈지 밥 언제 먹냐고 묻는다. 차가 밀려서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었다. 드디어 우리 순서가 되어 음식점 안으로 들어갔다. 음식점 안에는 2층까지 사람들이 가득했다. 같이 앉아서 먹을 수 있는 6인용 테이블에 앉으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손자들이 배고프다고 해서 세 명씩 앉아 먹기로 했다. 연우는 할머니랑 먹고 싶다고 해서 우리랑 앉았고, 지우는 엄마 아빠와 자리 잡았다.


우리는 수라 정식을 시켰는데 녹두전과 간장게장, 보쌈, 굴비, 불고기 등이 나왔다. 보통 한정식집에서 먹을 수 있는 반찬으로 특별하지 않았는데 이천 쌀로 지은 돌솥밥에서 윤기가 주르륵 흘렀다. 밥만 먹어도 맛있을 것 같았다. 시장하던 차에 맛있게 먹었다. 손자는 불고기와 굴비구이를 밥과 같이 먹었다. 손자도 맛있게 잘 먹었다.


지하철 타는 것이 신나는 쌍둥이 손자


이제 다음 코스로 가야 해서 손자들에게 물어보았다. 지하철 타는 것과 도자기 만드는 것 중 하고 싶은 것을 물었다. 역시 손자들은 지하철 타는 것을 선택했다. 가까운 신둔도 예천역으로 갔다. 오늘은 신둔도예천역에서 이천역을 지나 부발역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일정이다. 지난번에 여주에 갔을 때 여주에서 세종대왕릉까지는 다녀왔다고 한다. 지하철 탈 생각에 손자들이 엉덩이를 들썩들썩했다.


경강선 전철을 타러 가는 중(신둔도예천역에서 부발역까지 다녀왔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 계단이 꽤 높았는데 연우는 에스컬레이터를 두고 계단으로 씩씩하게 걸어서 올라갔다. 아빠가 어린이 표를 두 장 구매하고, 나는 가지고 있는 지하철표로 들어갔다. 할아버지는 예천역에서 기다린다고 해서 우리만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이 들어오는 것을 본 손자들이 신났다. 깡충깡충 높이 뛰기를 한다. 지하철 타는 것이 이리 즐거운 일일까. 지하철에서 내다보니 이천에 논이 많았다. 아직 추수하지 않아서 논마다 누런 벼로 황금빛이다. 농부들의 수고가 느껴지며 곧 추수하면 우리도 햅쌀을 주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발역에서 내려 반대편 승강장으로 가서 잠시 기다렸다가 판교행 전철을 타고 할아버지가 있는 신둔도예천역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천에 온 김에 도자기 전시장이나 도자기 만들기 체험장까지 다녀오면 좋았을 텐데 남자아이들이라서 크게 관심이 없었고, 가는 길에 아웃렛에도 들려야 해서 가지 못했다. 연휴라서 돌아가는 길이 막힐 것을 예상해야 하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출발했다. 손자들에게 오늘 이천에서 가장 좋았던 것을 물어보았다.


"저는 오면서 롯데 타워 본 거요."

"저는 경강선 지하철 탄 거요."


지우와 연우는 역시 이렇게 말했다. 손자들은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이천에 온 것만으로도, 경강선 지하철을 탄 것만으로도, 올 때 롯데 타워 본 것만으로도 신났다. 그렇다. 여행하면서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특별한 곳을 방문하지 않아도 가족과 함께 나들이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나도 남편도 아들 부부와 손자들과 점심 맛있게 먹고 함께한 것만으로도 행복한 하루였다.


손자들은 피곤한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조금 잤다. 오는 길에 롯데 타워를 한 번 더 보았다. 손자들에게도 오늘 하루가 행복한 하루로 기억될 거다. 연휴지만 일요일에 아들이 일정이 있고 며느리도 출근해서 쌍둥이 손자를 우리 집에 내려주고 엄마 아빠는 돌아갔다.


쌍둥이 손자를 주말 육아한 것이 8년이 지났다. 손자들은 주말에 우리 집에 오는 걸 좋아해서 이천 여행에서 돌아와 할머니랑 하루를 더 보낼 수 있다고 좋아했다. 오늘 하루도 쌍둥이 손자들과 함께해서 행복했던 하루로 기억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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