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AI 소설 ////
행운은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가.
느낌씨가 운영하는 복권방은 동네 골목 안쪽에 있었다.
예순 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그는 생각이 많았다. 사람들은 그를 젊은 할아버지라고 불렀다. 몸은 조금씩 늙어 가는데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세상에 대한 질문들이 자라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복권방을 운영하면서도 복권에 관한 생각만 하지는 않았다.
왜 사람들은 복권을 살까.
돈이 필요해서일까, 인생이 달라지기를 바라서일까, 아니면 지금의 삶이 아닌 다른 삶을 잠시 상상하고 싶어서일까.
느낌씨는 손님이 없는 시간마다 이런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생각이 많다고 해서 생활의 지혜까지 많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생각을 잘했지만, 생각한 대로 살지는 못했다. 옳은 말을 하면서도 아내의 마음을 상하게 했고, 남의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자기 잘못에는 관대했다.
어느 날 아침, 옆집에 할머니 한 분이 이사 왔다.
나이는 여든여덟이라고 했다. 이름은 수나였다.
수나 할머니에게는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할머니는 아침이면 강아지를 데리고 골목을 천천히 산바카라했다. 걸음은 느렸지만 주변을 살피는 눈은 바빴다. 담벼락에 핀 작은 꽃도 보고, 가게 앞에 쌓인 상자도 보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먼저 인사도 했다.
처음 만난 날, 할머니는 느낌씨의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여기가 복권 파는 집이지요?"
"예. 복권 사시려고요?"
"아니요. 그냥 궁금해서요."
느낌씨는 웃었다.
"복권방에 오셔서 복권은 안 사고 궁금한 것만 물어보시는 분은 처음이네요."
할머니는 강아지의 목줄을 고쳐 잡으며 말했다.
"사람은 꼭 뭘 사야만 가게에 들어올 수 있나요?"
느낌씨는 잠시 말을 잃었다.
할머니는 웃으며 돌아섰다. 강아지가 앞서 걸었고, 할머니가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느낌씨는 한동안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사람이란 무엇일까. 물건을 사고파는 관계가 아니어도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그 질문은 별것 아닌 듯 시작되었지만, 나중에는 그의 인생을 흔들어 놓게 된다.
수나 할머니가 이사 온 지 며칠이 지나자 이상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미뤄졌던 돈이 들어왔고, 끊겼던 거래처에서 연락이 왔다. 복권방을 찾는 손님도 조금씩 늘었다.
느낌씨는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좋은 일이 거듭되자 생각이 달라졌다.
'할머니가 오신 뒤부터인데?'
그는 어느 날 산바카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수나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혹시 복이 많은 분이세요?"
"복이요?"
"예. 할머니 오시고 나서 제 일이 잘 풀립니다."
할머니는 강아지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그럼 이 녀석도 복이 많은가 보네요. 제가 이사 오면서 같이 왔으니까."
"아니,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알아요. 농담이에요."
할머니는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느낌씨는 일이 잘 풀리면 누구 덕이라고 생각하세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죠."
"그럼 안 풀리면요?"
"운이 나쁜 거죠."
"참 편리하네요."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느낌씨는 그 자리에 잠시 서 있었다.
자신은 평생 운이 나쁘다고 생각한 날이 많았다. 일이 잘되면 자신이 노력한 덕분이라고 여겼고, 일이 안되면 세상이 자신에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할머니는 그것이 편리한 생각이라고 했다.
무엇이 편리하다는 것일까.
자신에게 유리한 일은 자기 덕으로 돌리고, 불리한 일은 운 탓으로 돌리는 것이 정말 편리한 일일까?
그는 그날 저녁 수첩에 적었다.
'나는 운을 믿는가, 아니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이름을 붙이고 싶은 것인가?'
느낌씨의 복권방에는 도운씨라는 손님이 있었다.
도운씨는 어느 날 복권에 당첨되어 1억 원을 받았다.
그 소식은 골목을 빠르게 돌았다.
사람들은 도운씨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어떤 사람은 운이 좋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이제 인생이 달라지겠다고 했다.
느낌씨도 진심으로 축하했다.
"도운씨, 축하합니다. 1억이면 큰돈이네요."
도운씨는 웃으면서도 어딘가 어색한 표정이었다.
"그러게요. 그런데 이상합니다."
"뭐가요?"
"당첨되기 전에는 돈만 있으면 걱정이 없어질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돈이 생기니까 걱정이 더 많아졌어요."
느낌씨는 웃었다.
"돈이 많으면 걱정도 많아지는 법이죠."
도운씨가 물었다.
"그럼 돈이 적으면 걱정이 적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느낌씨는 웃음을 멈췄다.
그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돈이 없으면 돈 걱정을 하고, 돈이 생기면 그 돈을 잃을까 걱정한다. 돈이 많아지면 더 큰돈을 생각하기도 한다.
욕심은 어디까지가 욕심일까?
가족을 위해 돈을 더 벌고 싶은 마음도 욕심일까?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은 마음도 욕심이라고 불러야 할까?
도운씨는 당첨금으로 무엇을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좋은 일을 하고 싶기도 하고, 집도 사고 싶고, 가족들에게도 나눠 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제가 뭘 선택하든 나중에 후회할 것 같습니다."
느낌씨는 대답했다.
"어떤 선택이든 후회할 수 있죠."
그러고는 자기 말이 너무 쉽게 나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선택이 어렵다는 사람에게 후회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될까.
그는 덧붙였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으려고 너무 오래 고민하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도 아깝지 않겠습니까?"
도운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느낌씨는 또 수첩을 펼쳤다.
'돈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가, 아니면 원래 가지고 있던 마음을 더 크게 드러내게 만드는가?'
그리고 한 줄을 더 적었다.
'1억 원에 당첨된 사람과 당첨되지 않은 사람 가운데 누가 더 행복한지는 돈만 보고 알 수 없다.'
그는 자신이 적은 문장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세상에는 알 수 없는 것이 참 많았다.
그런데 자신은 왜 그렇게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하며 살았을까.
재서와 재은이는 복권방에 자주 오는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은 느낌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다가도 결국에는 사람 이야기로 흘러갔다.
어느 날 재서가 말했다.
"사장님, 사람은 결국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리는 것 같아요."
재은이가 반박했다.
"꼭 그렇지는 않죠. 나랑 생각이 다른 사람도 만나야 배우는 게 있잖아요."
느낌씨는 두 사람의 말을 듣다가 끼어들었다.
"그럼 인간관계는 많아야 좋을까요, 좋아야 좋을까요?"
재서가 웃었다.
"사장님은 질문이 참 많아요."
"그러게요. 저도 그게 문제입니다."
재은이가 물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질문이 많으세요?"
느낌씨는 잠시 생각했다.
"제가 잘 모르니까요."
재서는 농담처럼 말했다.
"그럼 질문을 많이 하면 알게 됩니까?"
느낌씨는 대답하지 못했다.
질문을 많이 하는 것과 깊이 아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바카라을 많이 읽는 것과 삶을 제대로 사는 것도 다른 일이었다.
그는 문득 수나 할머니가 떠올랐다.
할머니는 많은 것을 아는 사람처럼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사람 같았다.
느낌씨는 재서와 재은이에게 말했다.
"사람을 안다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오래 알고 지냈다고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처음 만났다고 모르는 것도 아니고."
재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은 계속 변하니까요."
그 말에 느낌씨는 다시 질문을 떠올렸다.
사람은 언제부터 변하는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는가?
그리고 누군가 변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예전의 모습으로 판단해야 할까, 지금의 모습으로 판단해야 할까?
그날 세 사람의 대화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이 얻은 것은 결론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조금 더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인지도 몰랐다.
복권방 옆에는 타이어가게가 있었다.
사장님 이름은 선항씨였다. 쉰세 살이었고, 손녀를 둔 할아버지였다.
선항씨는 손님에게는 친절했지만, 일할 때는 꽤 엄격했다. 타이어 하나를 갈더라도 대충 하는 법이 없었다.
어느 날 느낌씨가 물었다.
"선항씨는 왜 그렇게 꼼꼼하게 일하세요?"
"손님이 타고 가는 차 아닙니까. 잘못하면 사고 날 수도 있잖아요."
"그럼 일하는 사람의 바카라임은 어디까지일까요? 돈을 받은 만큼만 하면 되는 걸까요?"
선항씨가 웃었다.
"사장님은 복권방에서 복권만 팔면 되는데, 왜 그런 걸 고민합니까?"
"저도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은 웃었다.
잠시 뒤 선항씨의 손녀가 가게로 왔다. 아이는 할아버지에게 달려가 안겼다.
선항씨의 표정이 달라졌다.
늘 무뚝뚝하던 사람이 아이 앞에서는 부드러워졌다.
느낌씨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사람은 누구 앞에서 어떤 사람이 되는가?
손녀 앞에서 다정한 사람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다정할까?
가족에게 잘하는 것과 슬롯에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은 같은 일일까?
선항씨가 손녀에게 과자를 건넸다.
"우리 손녀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되려나."
느낌씨가 웃으며 말했다.
"좋은 사람이 되겠죠."
선항씨가 물었다.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입니까?"
느낌씨는 또다시 말을 잃었다.
정직한 사람인가, 남을 배려하는 사람인가, 자기 바카라임을 다하는 사람인가.
그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성공하는 것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그날 느낌씨는 집에 돌아가면서도 그 질문을 놓지 못했다.
수나 할머니는 매일 아침 강아지를 데리고 산바카라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바카라을 거르지 않았다.
어느 날 느낌씨가 물었다.
"할머니, 강아지가 산바카라을 그렇게 좋아합니까?"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럼 할머니가 좋아해서 데리고 나오는 건지, 강아지가 좋아해서 나오는 건지 모르겠네요."
할머니는 웃었다.
"둘 다일 수도 있겠지요."
강아지는 골목의 냄새를 맡고, 풀밭에 멈춰 서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꼬리를 흔들었다.
할머니는 강아지가 멈추면 함께 멈췄다.
느낌씨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자신은 늘 목적지를 향해 서둘러 걸었다. 돈을 벌어야 했고, 무언가를 이루어야 했고,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아야 했다.
그런데 강아지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가는 길의 냄새를 맡는 데 더 관심이 있어 보였다.
삶의 목적은 반드시 있어야 할까?
목적 없이 살아가는 것은 나태한 일일까?
무언가를 이루려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것도 삶의 한 방식이 될 수 있을까?
느낌씨가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게 있으세요?"
"있지요."
"뭔데요?"
"내일도 이 강아지하고 산바카라하는 거요."
느낌씨는 웃었다.
그런데 할머니는 웃지 않았다.
"내일이 꼭 온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그 말은 가볍게 들렸지만, 느낌씨의 마음에는 오래 남았다.
수나 할머니는 어느 날부터 산바카라을 조금씩 줄였다.
강아지는 여전히 밖에 나가고 싶어 했지만, 할머니의 걸음은 예전 같지 않았다.
느낌씨는 걱정이 되었다.
"할머니, 병원에 한번 가 보세요."
"다녀왔어요."
"괜찮다고 합니까?"
"나이가 있으니 조심하라고 하더군요."
느낌씨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고통은 사람을 성장시키는가?
아픈 경험이 사람을 더 깊게 만들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지치게 하고 무너뜨리기도 한다.
모든 고통에 의미가 있는 것일까?
육체의 고통과 마음의 고통은 서로 다를까?
고통을 겪지 않고도 사람은 성장할 수 있을까?
그는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는 아프면 무섭지 않으세요?"
할머니는 잠시 생각했다.
"무섭지요."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편안하세요?"
"무섭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과 무서워도 살아가는 것은 다른 일이니까요."
느낌씨는 그 말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할머니가 아프다는 이유로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산바카라을 할 수 있는 날에는 강아지와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편안함은 두려움이 없는 상태일까?
아니면 두려움이 있어도 그 두려움에 모든 것을 내주지 않는 상태일까?
그는 답을 찾지 못했다.
다만 할머니의 산바카라 시간이 짧아질수록, 자신이 그 평범한 모습을 얼마나 당연하게 여겼는지 깨닫게 되었다.
어느 날 아침, 수나 할머니는 강아지와 산바카라을 나가지 않았다.
느낌씨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점심이 지나도 할머니 집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는 문을 두드렸다.
"할머니, 저 느낌씨입니다."
대답이 없었다.
이웃과 함께 확인한 끝에 할머니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느낌씨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할머니는 잠시 눈을 떴다.
"느낌씨 왔어요?"
"예, 할머니. 얼른 나으셔야죠."
할머니는 힘없이 웃었다.
"느낌씨는 참 질문이 많았지요."
"할머니가 대답을 잘 안 해 주셔서 그렇습니다."
할머니는 작은 소리로 웃었다.
"내가 대답을 잘해 줬다면 느낌씨는 질문을 그만했을까요?"
느낌씨는 대답하지 못했다.
할머니가 다시 물었다.
"내가 없으면 어떻게 살 거예요?"
느낌씨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할머니가 계셔서 제 일이 잘 풀렸습니다. 할머니가 가시면 다시 나빠질까 봐 걱정입니다."
할머니는 그의 손을 잡았다.
"내가 있어서 잘된 일도 있었겠지요."
느낌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가 없다고 해서 모든 일이 나빠지는 건 아니잖아요."
할머니는 잠시 숨을 골랐다.
"좋은 일이 생기면 기뻐하고, 나쁜 일이 생기면 슬퍼해도 돼요. 다만 나쁜 일이 생겼다고 해서 좋은 일까지 없었던 것으로 만들지는 말아요."
그것이 할머니가 느낌씨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그날 밤, 수나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의 장례가 끝나고 며칠이 지났다.
느낌씨의 복권방에는 손님이 줄었다.
거래처와의 일도 틀어졌다.
아들과의 관계도 다시 서먹해졌다.
느낌씨는 생각했다.
'할머니가 떠나시고 나서 모든 일이 나빠졌다.'
그는 할머니가 살던 집 앞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정말 할머니에게 특별한 힘이 있었던 것일까?
할머니가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주었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할머니에게 기대고 있었던 것일까?
그는 자신이 변한 과정을 돌아보았다.
할머니가 이사 온 뒤, 그는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하기 시작했다. 손님의 말을 더 오래 들었고, 아내와 다투는 일도 줄었다. 아들에게 먼저 전화하기도 했다.
그런데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그는 다시 예전처럼 변했다.
손님에게 짜증을 냈고, 세상을 원망했으며, 일이 안 풀리는 이유를 찾으려 했다.
그는 처음으로 의심했다.
혹시 행운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자신이 행운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된 것은 아닐까?
그날 밤 그는 수첩을 꺼냈다.
'나는 일이 잘되면 행복한 사람이고, 일이 안되면 불행한 사람인가?'
'그렇다면 내 삶은 언제나 바깥의 사건에 맡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펜을 내려놓았다.
자신이 생각한 질문에 자신이 대답할 수 없었다.
며칠 뒤, 집주인이 할머니의 남은 짐을 정리하다가 느낌씨에게 공바카라 한 권을 건넸다.
"할머니가 사장님 이야기를 자주 하셨어요. 혹시 필요하실까 해서요."
공바카라은 오래되어 종이가 누렇게 변해 있었다.
첫 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좋은 점 하나를 찾아보자.'
느낌씨는 다음 장을 넘겼다.
'오늘 만난 복권방 주인은 생각이 많다. 자기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은 아직 적은 것 같다.'
그는 웃었다.
다음 페이지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오늘은 손님에게 먼저 인사했다. 좋은 일이 생긴 것처럼 웃었다.'
'오늘은 아들에게 먼저 전화했다고 한다.'
'오늘은 아내의 말을 끝까지 들었다고 한다.'
느낌씨는 한참 동안 공바카라을 읽었다.
할머니는 자신이 변해 가는 모습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 부분에서 멈췄다.
'이 사람은 좋은 일이 생겨서 달라지는 줄 알고 있다. 하지만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은 이 사람 자신이다.'
그 아래에는 짧은 문장이 있었다.
'내가 떠난 뒤에도 이 사람이 그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느낌씨는 공바카라을 덮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할머니는 자신에게 복을 준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이 가진 것을 보게 해 준 사람이었을까?
두 가지가 반드시 다른 것일까?
사람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변하면서도, 그 변화를 자기 힘으로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할머니가 살아 계시던 동안 자신은 예전보다 조금 더 잘 살고 있었다.
돈이 더 들어와서만은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조금 더 친절했고, 자기 생각을 조금 덜 확신했으며, 주변의 작은 일들을 조금 더 자주 바라보았다.
그는 공바카라을 가슴에 안았다.
다음 날 아침, 느낌씨는 평소보다 일찍 복권방 문을 열었다.
매출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그는 가게 앞을 쓸고, 문을 열어 두었다.
잠시 뒤 선항씨가 타이어가게로 출근했다.
"느낌씨, 오늘은 일찍 나왔네요."
"예. 그냥 일찍 일어났습니다."
"좋은 일 있습니까?"
느낌씨는 웃었다.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선항씨가 웃으며 가게로 들어갔다.
조금 뒤 재서와 재은이가 찾아왔다.
두 사람은 커피를 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운씨도 오랜만에 가게에 들렀다.
느낌씨는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했다.
그는 갑자기 부자가 되지도 않았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나쁜 일이 생겼다고 해서 하루 전체를 나쁜 날이라고 부르지는 않으려 했다.
그는 수나 할머니의 공바카라을 펼쳤다.
그리고 새로운 문장을 적었다.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잠시 생각한 뒤, 그 아래에 또 적었다.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좋은 일이 반드시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펜을 내려놓았다.
창밖에서는 한 아이가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 뛰어가고 있었다.
강아지 한 마리가 골목을 지나갔다.
느낌씨는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수나 할머니는 없었다.
하지만 그가 할머니와 함께 보았던 골목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문득 할머니가 하던 산바카라을 떠올렸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려 하지 않고, 강아지가 멈추면 함께 멈추던 모습.
그는 생각했다.
자신은 평생 어디론가 도착하려고만 했던 것이 아닐까?
성공이라는 곳에 도착하면 행복해질 줄 알았고, 돈이 충분해지면 걱정이 없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도착할 곳을 생각하느라 지금 걷고 있는 길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은 아닐까?
그는 가게 문을 활짝 열었다.
그날 저녁, 느낌씨는 복권방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내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은 어땠어요?"
느낌씨는 잠시 생각했다.
"그냥 평범했어요."
"그럼 나쁜 날은 아니었네요."
아내가 웃었다.
느낌씨도 웃었다.
그는 식탁에 앉아 밥을 먹었다.
맛있는 음식이었다.
특별한 날도 아니었고, 큰돈이 들어온 것도 아니었다.
아들은 아직 바빴고, 복권방 매출은 예전만 못했다. 몸도 예전 같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날은 괜찮았다.
그는 자신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살아야 할까?
옳은 일을 해야 하는가, 친절한 일을 해야 하는가?
성공해야 하는가, 행복해야 하는가?
무엇을 이루어야 하는가, 무엇을 놓아야 하는가?
그는 답을 찾으려다가 그만두었다.
아직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내일도 모를 수 있고, 죽을 때까지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오늘의 삶까지 미룰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는 밥을 한 숟가락 더 먹었다.
그리고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내일은 같이 산바카라할까요?"
아내가 웃으며 대답했다.
"좋아요."
그는 문득 수나 할머니의 강아지가 생각났다.
할머니는 강아지와 산바카라하며 무엇을 얻었을까?
건강이었을까, 행복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함께 걷는 시간이었을까?
그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이제는 어떤 일의 의미를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일이 생기면 기뻐하면 되고, 나쁜 일이 생기면 살펴보면 된다. 그리고 아직 모르는 것은 모른 채로 두어도 된다.
그것이 수나 할머니에게 배운 것인지, 아니면 할머니가 떠난 뒤에야 자신이 겨우 생각해 낸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식탁을 정리하고 창문을 닫았다.
밤이 깊어 가고 있었다.
내일 아침이면 다시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그 하루가 좋은 날일지 나쁜 날일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느낌씨는 이제 그 사실을 조금 덜 두려워했다.